저녁 8시인데 대기 60팀? ‘극악 웨이팅’ 산청숯불가든 주인 누구?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6@mk.co.kr) 2023. 10. 1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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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6시 30분. 인파로 북적한 퇴근 시간 을지로 거리. 유독 긴 줄이 늘어선 고깃집이 눈에 띄었다. 대기 중인 인원수를 알리는 화면 숫자는 ‘103명’. 저녁 8시에 식당을 나와 보니 여전히 60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긴 웨이팅을 감수하면서 고기를 먹겠다는 것인데, 얼마나 맛있으면 그럴까.

산청숯불가든 을지로점. (산청숯불가든 SNS 캡처)
산청숯불가든 을지로점에 손님이 가득 찼다. (산청숯불가든 SNS 캡처)
식당 이름은 돼지고기 전문점 ‘산청숯불가든’. 중구 을지로점은 지난 9월 초 개업, 100명 넘는 웨이팅 숫자는 오픈 2주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호기심에 찾아보니 원조 1호점은 마곡점(69평, 228㎡). 이곳에서 월매출 6억5000만원을 기록, 하루 평균 160팀, 약 500명 이상 손님이 방문하는 등 초대박을 쳤다. 7개월 뒤 2호점을 을지로에 상륙시켰다.

흔하디 흔한 고깃집으로 개업 1년도 안 돼 성공시킨 사람은 누굴까? 정동우 대표다. 산청숯불가든뿐 아니라 고도식과 카린지린가네스낵바까지. 우리나라 핫플레이스 성지로 유명한 서울 연남, 잠실, 성수 등에서 10억원대 연매출을 기록 중인 ‘맛집 중의 맛집’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0명 넘는 손님이 찾는 고산지대 돼지고기 전문점 ‘고도식’ 연매출은 잠실점(31평, 102㎡) 23억원, 마포점(42평, 138㎡) 19억원, 총 32억원가량이다. 하루 평균 잠실점은 75팀, 마포점은 60팀이 방문해 총 200명 손님이 오고간다. 정통 일식 전문점 카린지린가네스낵바는 성수점(17평, 56㎡)과 신촌점(28평, 92㎡) 모두 하루 평균 각각 150명 이상 방문해 연 8억5000만원을 벌고 있다.

2018년 11월 고도식 잠실점을 시작으로 이듬해 7월 카린지 성수점 개업, 이후 고도식 마포(2021년 5월), 카린지 신촌(2023년 1월), 산청숯불가든 마곡(2023년 2월)을 차렸다.

고산돼지를 판매하는 ‘고도식’ 잠실점과 마포점을 운영하고 있다. (고도식 SNS 캡처)
을지로 산청숯불가든을 모두 포함한다면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첫 식당 개업 5년 만에 어떻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맛집 사장이 되기까지 커리어가 다양하다. 맛집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던 사람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부생 시절 필명 ‘바비정’으로 맛집 블로그를 운영했다. 관심사를 펼치기 위해 외식 전문 잡지사 ‘월간외식경영’에서 기자와 컨설턴트, 외식 전문 잡지사 ‘히스토리푸드’ 마케팅 팀장에 이어 외식 컨설팅 업체 ‘뜨거운고도씨’ 대표를 지냈다.

맛집은 보통 한 개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외식 경영과 마케팅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철학을 갖고 있는 정 대표를 만나 성공 비법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성공 비법이 궁금하다.

A. 우선 개업을 위한 최적의 거시적인 환경을 찾는다. 환경은 내 힘으로 직접 바꿀 수 없기에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내가 만든 나만의 방법론이 있다. 난 장사가 마칠 즈음인 식당에 방문하는 것을 즐긴다. 식당 영수증을 분석해 매출과 구매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특수성이 있는 상권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외식업 상권에는 공통점이 있다. 재구매, 재방문이 높은 아이템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영수증에 찍힌 주문 수를 보면 그날의 방문 팀을 알 수 있다. 메뉴 구성으로 테이블 단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장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찾는다. 보통 내 지인들은 나에 대해 ‘감(感)이 좋다’ ‘스토리텔링을 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대학생 때 나는 상위권 학생이 아니었다. 다만 남들이 하기 귀찮은 작업을 해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Q. 앞서 말한 ‘스케치’가 끝이 났다. 채색은 어떻게 하나.

A. 우리 가게만의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특징을 찾는다. ‘Unique Good Point’라고 불리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채색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유일 코리안 BBQ 레스토랑인 ‘청기와타운’의 경우 한국과 미국, 두 문화의 교착점에서 나오는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식당의 기본이 되는 맛과 서비스, 청결을 챙기면서 가치를 만드는 작업에 신경 썼다.

컨설팅을 맡았던 고기 전문점 ‘몽탄’은 뿌리(역사)가 있는 구이 방식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접근했다. 역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젊은 기획자가 내는 감은 재기발랄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어디까지나 네 감일 뿐’이라는 반문을 듣기 쉽다. 컨설팅 초기에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는 부정할 수 없겠다고 생각해 뿌리를 찾아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Q. 외식 잡지사 기자, 컨설턴트, 마케팅 대표까지 경력이 화려하다. 본래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나.

A. 어릴 적부터 관심사가 많은 편이었다. 1980년대생들은 특히 TV와 매거진, 통신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형태의 보고 누릴 거리를 많이 접한 세대라 호기심 많은 저한텐 새로운 걸 접하는 것이 익숙했다. 하는 일도 자연스레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나, 다른 표현을 해보고 싶어 도전해왔다.

정동우 대표가 필명 ‘바비정’으로 운영하는 블로그. 구독자는 1만8707명이다. (바비정 블로그 캡처)
Q. 대학 전공이 경영학과인데, 어떤 계기로 외식업에 발을 들이게 됐나.

A. 그동안 ‘가슴 뛰는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쭉 해왔다. 경영학과에 입학해보니 여러 갈래가 있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내가 느낀 ‘살아 있는 학문’은 마케팅이었다. 교과서 사례가 구시대의 전유물이 될 정도로, 마케팅 분야도 브랜드가 참 많이 바뀌고 진화해왔다. 그렇게 마케팅(광고홍보)을 주전공으로 선택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마케팅이라는 원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키는 데만 노력했다. 오히려 한 분야의 마케팅에 집중해 전문성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내가 그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아했던 외식마케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년 3학년이 되면서 나를 알리기 위한 포트폴리오인 ‘블로그’를 시작했다. ‘바비정’이라는 필명의 블로그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외식잡지사 인턴으로 이 업계에 발을 디뎠다.

Q. 지금도 맛집 블로그는 정말 많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키 포인(key point)는 무엇인가?

A. 블로그를 통해 맛집을 소개하는 사람은 많지만, 맛집을 소개하는 ‘사람’이 브랜드가 된 경우는 없었다. 마케터로서 콘텐츠를 올리며 내 자신을 브랜딩하고 싶었다. 식당의 평가 요소인 맛과 서비스, 위생도 다루기는 했지만 더 거시적인 상권 이야기와 음식의 뿌리, 우리 세대가 느끼고 있는 생동감 있는 문화를 바탕으로 맛집을 소개했다. 맛집 블로그는 처음부터 기획과 운영을 진지하게 시작했다. 2012년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다닌 맛집 사진을 모아두고 매일매일 글을 올리기로 다짐했다. 그해 10월부터 콘텐츠를 올렸다.

나를 알리기 위해, 나를 대변할 수 있는 키(key) 콘텐츠는 ‘홍대 맛집지도’로 시작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의 성지였던 신촌과 홍대 상권은 당시 상수와 합정, 망원, 연남으로 끊임없이 확장되던 시기였다. 다양한 젊은 외식업을 담기 좋았다. 주로 일본 대중문화가 가장 먼저 보인다는 매력이 있어 그 동네 맛집을 함께 소개한 기획 콘텐츠도 올렸다. ‘월간외식경영’에 입사 후 그간 주로 취재하던 돼지고깃집을 소개하는 ‘바비정의 포크볼’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전국의 돼지고기 식당을 다니며 소개했고, 창업에 이르게 됐다.

블로그에서 연재 중인 ‘바비정의 포크볼’ 코너. (바비정 블로그 캡처)
Q. 외식 관련 잡지사 기자나 마케팅 경험이 식당 개업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A. 그렇다. 잡지사 기자 시절에는 음식에 대해 좀 더 깊이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식당 사장님들과 인터뷰하면서 장사에 대한 관점을 배웠다. 우리 잡지사는 당시 식당 컨설팅도 같이 해왔다. 식당 창업 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었다.

희스토리푸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할 때는 성업한 매장의 5년 후 전략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다. 식당도 브랜드다 보니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가 올 수 있다. 이때 성숙기에서 ‘장기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 두 곳에서의 경험은 내가 브랜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중요한 거름이 됐다.

Q. 온라인 진출 계획은 없나.

A.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처음 ‘카린지’라는 카츠카레 브랜드를 시작할 땐 식품 회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식품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제반 사항이 많다는 점을 깨닫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더불어 고깃집 직영사업부와 카린지린가네스낵바 가맹사업부 일을 지금의 오피스 인력으로 전개하기 어렵다. 향후 좋은 사람이 있다면 함께하고 싶지만 아직 온라인 진출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다.

Q. 새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A.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내가 진행했었던 일 중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이나 경상남도 산청군 등 지역 기반 브랜딩이 있었다. 혼자 진행했기에 제약 없이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고유 가치를 갖고 있는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호흡할 수 있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기획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특별해지기 위해 애쓰기보다 만만하고 평범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내년 봄에는 한우 직영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많은 고깃집을 기획해오며 한우 브랜드는 가장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해왔다. 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통날의 외식을 꿈꾼다. 사람들이 한우를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식당으로 만드는 것이 첫 계획이다. 가맹 사업으로는 카린지린가네스낵바에 이어 맥주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동네마다 0.5차, 2차로 다가가기 ‘만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박수호 기자, 이유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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