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끝까지 한 줄 더 긋고 싶다"(종합)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14일 영면에 들었다.
1931년에 태어난 고인은 한국 추상미술과 단색화 분야를 상징하는 대표 화가다.
2021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은 한국 작가 최초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폐암 판정 알리며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14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92세.
앞서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2기 판정 소식을 전한 고인은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한다.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작업에 전념하면서 의미 있게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후 최근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고인은 지난 9월 열린 프리즈 서울을 찾아 관객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1931년에 태어난 고인은 한국 추상미술과 단색화 분야를 상징하는 대표 화가다. 1950년대 앵포르멜 운동을 통해 국내 추상 미술 운동을 이끌었고, 1970년대 초부터 한가지 색의 선을 끊임없이 긋는 ‘묘법’ 시리즈를 선보이며 반향을 일으켰다.
다섯 살 난 둘째 아들이 형의 국어 공책을 펼쳐 두고 글씨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묘법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고인은 "종이가 구겨져 제 맘대로 쓸 수 없으니 짜증 내면서 죽죽 그어버리는 아들의 체념, 그 몸짓을 흉내 내 보고 싶었다"고 작품 구상의 배경을 밝혔다.
당시 묘법 작업을 본 동료 화가 이우환의 주선으로 1973년 도쿄 무라마쓰 화랑에서 첫 전시를 가지며 고인은 본격적으로 해외 미술계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는 묘법을 두고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된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2000년대 이후 색채 묘법을 선보인 고인은 손의 흔적을 강조하는 대신 일정한 간격의 고랑으로 형태를 만들고 풍성한 색감을 강조했다.
두 달 이상 물에 불린 한지 세 겹을 캔버스 위에 붙이고, 표면이 마르기 전에 굵은 연필로 선을 그어 나가는 이 작업을 통해 고인은 농부가 논두렁을 갈듯 연필로 선을 그어 좌우로 밀린 한지의 산과 골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긋는 행위를 반복해 완성된 작품은 그가 축적한 시간, 경험한 자연경관, 그리고 철학과 사유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전 "그림은 수신(修身)을 위한 수행의 도구"라고 말한 고인은 "21세기 미술은 치유의 예술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을 개최한 고인의 작품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1962년부터 1997년까지 모교인 홍익대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한 고인은 홍익대 미대 학장(1986∼1990)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과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등을 수훈했다. 또한, 제64회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2021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은 한국 작가 최초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제주도에 건립 중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 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조문은 이날 오후부터 받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