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새로운 금기어가 생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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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에서 인기있는 한 유튜버의 영상을 봤다.
문제는 두 집단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제시됐음에도 오영훈 제주도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에는 제2공항 관련 도민 자기 결정권 공약도 한몫을 했다.
이런 상태라면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든 무산되든 제주도는 극심한 갈등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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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 제주 제2공항 조감도 |
ⓒ 제주도 제공 |
얼마 전 제주에서 인기있는 한 유튜버의 영상을 봤다. '제주에서 계속 살고 싶은가'를 묻고 답하는 재밌는 콘텐츠였다. 이 영상 마지막에 제2공항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유튜버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답을 하지 못하다가 "제주를 사랑합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찬성도 반대도 하지 못하는 제주도민들의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어 보면서 씁쓸했다.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 '제주4.3사건'은 금기어였다. 도민들은 이 단어가 나올 때면 조심스럽게 말하거나 화제를 돌려야 했다. 요새 제주를 보면 4.3사건에 이어 '제2공항'이 금기어가 된 것 같다. 무려 8년이 넘게 갈등이 지속되면서 찬성도 반대로 뚜렷하게 말하기 쉽지 않다.
제2공항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입장이나 모두 나름의 이유는 있다. 문제는 두 집단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제시됐음에도 오영훈 제주도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제주도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제2공항 갈등 해결을 위한 유일한 길은 도민의 판단과 결정에 따르는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본질은 도민의 자기 결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에는 제2공항 관련 도민 자기 결정권 공약도 한몫을 했다. 그에게 투표한 도민들은 원희룡 전 지사와 달리 오영훈 지사가 주민투표를 통해 제2공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당선 후 오 지사는 주민투표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10월 5일 기자단과 가진 차담회에서도 전날 발표한 지역 인사들의 주민투표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 지난 10월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중단 촉구 기자회견 |
ⓒ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
현재 국토부는 기재부와 제2공항 건설 사업 관련 총사업비를 협의하고 있다. 사업비 협의가 완료되면 기본계획을 고시한다.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 효력이 발생한다. 제2공항 사업을 강행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되는 셈이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이 도민들의 의견과 요구에 맞춰 고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현재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울릉공항, 새만금공항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수부족으로 허덕이는 윤석열 정부이기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주장했던 '에어시티'가 아닌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내 시민단체와 인사들은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가 확정되기 전에 빨리 주민투표를 통해 갈등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항 건설 이전에 도민들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인사들도 주민투표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핵심은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이런 상태라면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든 무산되든 제주도는 극심한 갈등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이대로 갈등을 유지한 채 제2공항을 건설할 것인지 아니면 주민투표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지는 오영훈 도정과 국토부의 손에 달렸다. 특히 오 지사는 주민투표를 계속 거부할 경우 주민소환투표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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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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