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으로 사람-지역 소통하는 전주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

최승우 2023. 10. 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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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거나 누워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멋져 보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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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우 기자]

 서학 예술 마을 도서관 담쟁이동
ⓒ 최승우
   
오전 8시 50분 자원봉사 활동하는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 도착! 도서관 정원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사진과 동영상 촬영으로 부산하다. 영상을 제작하는 감독은 두 명의 젊은 여성에게 여러 동작을 요구하고, 젊은이는 갖가지 포즈와 춤을 추느라 정신없다. 간간이 땀을 닦아주고 화장을 고쳐주는 사람 역시 바쁘기 매한가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은 일찍 시작한 그들의 아침에서 청년의 활력이 전해진다.

흔히 무엇인가를 잘하려면 '몸과 마음,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침에 만난 젊은이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 그리고, 몸과 마음을 다해 무엇인가 이루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이 개관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멋진 도서관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도서관은 남녀노소는 물론 단체 관광객과 나 홀로 여행자, 지역민과 다른 지역 사람으로 북적인다.

각자 카메라를 든 한 무리의 사람이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을 방문한다. 수원에서 온 20여 명의 사진 동호회 회원이다. 정원 모습과 담쟁이, 도서관 전경을 카메라 화면 가득 채우느라 바쁘다.

사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몇 곳을 기껏해야 서 있는 자세로 찍었던 나와 달리 사진 동호회원들은 도서관의 여러 곳을 다양한 앵글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사진기를 바닥에 놓고 꿇어앉은 사람, 거의 눕다시피 해 피사체를 찍는 사람, 까치발을 하고 창문 너머 풍경을 찍는 사람 등등. 같은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사진 동호회 회원의 모습에서 사진에 대한 열정과 전문가의 풍모가 느껴진다.
  
 사진 동호 회원의 사진 찍는 모습
ⓒ 최승우
 
"여기에 오니 너무 좋습니다. 하루 종일 머물다 가도 좋겠어요"라는 사진 동호회의 한 분에게 도서관의 네 개 공간을 소개한다. 사진 관련 서적으로 꾸며진 '빛 들다'와 서학동 예술가 코너인 '깃들다.' 그리고 음악 CD와 정원 서적이 있는 '스며들다'와 화려한 색채의 미술 서적 코너인 '물들다'를 차례로 설명한다. 올 연말까지 예정된 갤러리에 대한 설명과 도서관 내부에 자리 잡은 서학 예술마을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물리적 공간에 지난 역사와 지금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그 공간은 복잡해지고 입체적인 장소로 변한다. 도서관의 책장과 벽, 천장과 바닥은 서사가 꿈틀대고 살아있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사진 동호회원의 사진 속에도 무생물의 무미건조함보다 도서관 이야기가 알알이 박혀 있고 생명 가득한 모습이면 좋겠다.

나 홀로 여행객이 '스며들다' 코너에서 CD를 듣는다. 조용히 다가가 서가에 꽂힌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의 일독을 권한다. CD에 자기 청각을 점령당한 여행객은 커져 버린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듯 갑자기 큰 소리로 "선생님! 책이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도서관은 미처 예기치 못한 일의 발생과 다양한 사람과 만남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은 200년 노거수를 앞에 둔 '팽나무동'과 벽면이 온통 담쟁이덩굴로 덮인 '담쟁이동'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건물인 '어울림동'이 완공되면 지역작가와 협업 공간이면서 도서관 프로그램 장소로 활용될 것이다. '어울림동'은 기존의 두 개 동과의 조화, 그리고 지역민 혹은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울림동'이 공간과 사람이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하며 나를 찾아가는 여유 있는 삶의 장소가 되길 희망해 본다.
 
 개관을 앞둔 어울림동
ⓒ 최승우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날씨의 변화 속에 마음을 살찌우는 독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독서를 통해 모두가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좋겠다.

도서관 문은 늘 열려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오래된 책과 새 책이 주는 오묘한 향기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책은 책 이상이다. 차라리 그것은 삶 그 자체다.'라는 에임 로웰의 말과 같이 '책이 곧 인생이다'라는 잠깐의 호사를 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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