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위기의 대한민국, DJ에게 지혜 배워라"

김철관 2023. 10.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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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초청 특별강연

[김철관 기자]

▲ 이낙연 전 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7시 서울 경희대 공공대학원 주최로 본교 청운관 지하 강당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 김철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서울의 한 대학 강연에서 현 위기의 대한민국 생존전략으로 '다자외교'를 강조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초청으로 교내 청운관 지하 117호 강당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란 주제의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지난 5월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란 책을 낸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먼저 최근 핫이슈가 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지원국 이스라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며 "미국의 대외정책 중 대원칙의 하나가 2개의 전쟁은 피하는 것인데, 2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도 세상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특히 "문제는 현재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 등 모든 격차가 좁아지고 있고, 미국은 세계에서 혼자 뛰는 입장이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반미연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보여주고 있는 국제정세의 변화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쇠락'이 느껴진다"며 그 증거로 ▲지난 30여 년간 없었던 중국, 러시아, 이란 등 3개 국가가 반미연대를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전 총리는 "1991년 소련의 붕괴, 냉전의 종식으로 이후 미국에게 아무도 대들지 못한 탈냉전 시대가 도래했고, 그 시기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노태우 정부시절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해체직전인 1990년에 소련과 수교를 했고, 1992년 중국과 수교 그리고 동유럽국가 등을 포함해 32개 국가와 수교를 했다. 외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무역 상대국가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 NSS보고서에서 탈냉전이 끝났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미국 이 혼자 주도했던 세계질서가 끝남과 동시에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가가 중국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으로서 탈냉전의 종말은 이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대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미국, 일본하고 연대만 하면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그런 시대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어 "기왕 한국과 일본이 손잡았으면 두 나라의 힘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이 너무 대립하시지마라'고 해야 한다"며 "동맹이 안정되고 번영해야 미국에게도 도움이 되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인데, 윤 정부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는 "세계 200여 국이 있는데 미, 일, 중, 러 등 4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유일한 곳이 한반도"라며 "그것도 둘로 갈라져 한쪽은 우리이고, 한쪽은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다. 이런 나라는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숙명적인 4가지 운명으로 ▲분단국가(80년 가까이 분단, 평화 확보가 분단의 운명)▲동맹국가(70여년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동맹국가) ▲반도국가(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전쟁터 될 수 있어, 이웃나라와 잘 지내야) ▲통상국가(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 모든 나라와 무역을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싫은 사람에게 싫다고 못하고, 손님끼리 이간질 시키면 절대 안 되듯, 이것이 장사하는 사람의 운명"이라며 "4가지 운명이 다 서로 맞아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한계도 있다, 하지만 4개 운명을 동시에 하려고 몸부림치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총리는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는 '1기본-1동맹-3우호'라는 표현을 써, 북한과 기본적인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미국과는 동맹국으로, 중국-일본-러시아는 우호국으로 외교를 했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DJ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지만 DJ의 지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한 임상헌 경희대 공공대학원 원장은 "지금 어떻게 보면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제적으로 하나의 전쟁이 이미 벌어졌고, 또 다른 전쟁이 2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주변 국가들과 관계가 정말 풀기 힘든 난마와 같은 그런 얽힌 상황이 있었는데, 그 시기 우리나라 국정을 맡아 외교와 대외 관계를 주도해온 이낙연 총리를 모시고 현재의 어려운 시기에 닥쳐올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전 국무총리 특별강연은 경희대 공공대학원 원우들의 '지식 나눔 세미나'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 전 총리는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국제부장, 전남도지사, 국회의원 5선, 45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특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21년을, 이후 정치인으로 21년을 지냈다. 
 
▲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저녁 7시 서울 경희대 공공대학원 주최로 '대한민국 생존전략'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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