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함께 한 맥거핀이 함께 이뤄나갈 꿈 [D:인디그라운드(164)]
2016년 데뷔한 밴드 맥거핀은 트렌디와 클래식의 공존을 추구한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스눅(드럼)과 변하은(보컬), 배준일(기타) 그리고 우히(베이스)까지 네 명의 멤버들은 맥거핀으로 첫 음악 활동의 시작도 함께 하며 꿈을 키웠다.
군 입대 이슈로 잠깐의 공백을 가진 맥거핀은 다시 활발하게 대중을 만나고 있다. 각종 가요제와 공연은 물론 엠넷에서 방영된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출연했고, 지난 6일에는 신곡 ‘핑’(Ping)을 발매했다. 특히 이번 신곡은 맥거핀의 앞으로의 음악 방향성을 잡는 계기가 되는 곡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밴드의 이름을 ‘맥거핀’으로 짓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구로에 위치한 작은 작업실에 모여 밴드 이름을 회의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온지밥’ ‘늑대들’ ‘킹스 오브 조지아’ 등 정체불명 의미불명의 후보들만 떠돌면서 겉돌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이름의 첫 글자를 따자고 얘기가 나왔죠. 당시 많이 들었던 Muse, Maroon 5, Michael Jackson 등 모두 M이 돋보이더라고요. 나아가 영화 관련 단어에서도 차용하고 싶었는데 마침 ‘맥거핀’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거다 싶었어요. 어감도 충분했고 그 영화의 장치가 가진 온도가 시원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정하게 되었습니다(웃음)
-유일한 공백이 군입대 시기인데요. 제대 이후인 2021년 활동을 재개하고, 2022년엔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도 출연하셨어요. 불가피한 공백을 겪은 만큼, 활동에 대한 의지가 더 높은 것 같기도 하고요.
입대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가보니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시기였어요. 기타만 잡고 노래만 하다 보니 보지 못했던 시야와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다듬어나가는 시간이었죠. 활동 자체에 대한 의지보다 이것들을 들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도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잊지 못할 거예요.
-군 공백 전과 후로 봤을 때, 맥거핀에게도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요?
많은 일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확히는 많은 기준을 내려놨다고 할까요? 우리가 만드는 음악, 이야기, 비디오, 프로모션 등등. 시작도 전에 다른 것과 비교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시간을 돌아보며 이제는 조금 더 과감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금이니까요(웃음).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출연은 어떻게 성사된 건지도 궁금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점,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는지요.
리더 스눅의 제안으로 참가를 넣었어요. 방송 중에서도 경연 방송은 경험이 전무해서 여러 생각이 오갔죠. 인터넷에서 들려오는 경연 방송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는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다양한 사람들, 특히 프로그램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믿음이 생겼어요. 결과적으로는 방송을 통해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쉬움은 더 힘내서 더 잘해볼걸! 하는 정도고요(웃음).
-지난 6일엔 새 앨범을 발매했죠. 신곡 ‘핑’(Ping)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반짝반짝 눈이 자꾸 멀어 가’ 잠들 줄 모르는 도시 속을 걷는 일. ‘처음 보는 빛이 자꾸 늘어 나’ 빛나기에 급급한 전광판을 바라보는 일. ‘우리는 지금 어디 쯤에 왔을까?’ 무뎌지는 감각 안에서 괜히 한번 내 생각을 하는 일. ‘Don’t stop playing sixteen’ 그저 여섯 줄의 기타를 멈추지 않는 일. 앨범소개에 기고한 글인데요. 하이라이트의 짧은 해석을 간단하게 담았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열린 해석을 바라고 있어요!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상반기는 EP ‘MOIM’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다녔어요. 슬슬 새로운 작품이 나올 시기도 되었고, 달리기 전에 가볍게 몸을 풀어보자 해서 힘을 풀고 합주가 이끄는 방향으로 곡을 작업했습니다. 앞으로의 작업에서 분명 큰 도움이 될 공부를 했어요.
-앨범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나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보가 열려있고 빠른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세상을 향한 개방과 속도감에 놀랍고 다양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죠. 그로 인해 발전하고 나아가는 것도 분명히 맞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단순히 디지털과 아날로그 정도의 차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데요. 그 간극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아본 음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드러난 주제와 제시보다는 한 겹 안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이번에도 표현하다보니, 아마 청자분들께서는 개인의 다양한 경우에 맞추어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히) 한글 가사로 이루어져 있어 전달 방식을 중점을 두고 음악적인 표현에도 가사가 담기도록 작업했습니다.
스눅) 마치 잘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선명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준일) 개인적으로는 보컬같이 멜로디컬하고 말하는 것처럼 다양한 톤의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경써서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하은)속도감, 긴장감, 대비, 흐르듯이 넘어가는 이야기?
-앨범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이번 음악의 Pre-Chorus 부분인데요. ‘하염없이 같은 길을 자꾸 걸어가’ ‘나와 같은 이들과 달리는 도로가 썩 나쁘지 않아’ 작업 시기에 차를 타고 밤의 자유로를 달려야 할 경우가 많았어요. 텅 빈 도로에 간간히 달리는 차들과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을 보면서 느낀 그 장면을 가사에 그대로 담았어요. ‘핑’은 쓸쓸한 음악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가사를 쓰다가 멈추면 나중에 다시 쓰려고 할 때 당시 감정이 옅어질 때가 많아요. 이번에도 신나서 1절을 쓰고 한창 연주에 집중하다가 다시 2절을 쓰려니까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1절 Verse에서 찰나의 현장을 캐치하는 ‘장면의 나열’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슷한 톤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주제를 도드라지게 드러내어 말하자니 템포가 조금 이른 감이 있어서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조율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해내고 나니 하나 더 배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는 지금 어디 쯤에 왔을까’라는 말이 맥거핀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고민도 녹아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녹아있습니다! 또한 이는 언제나 세상과 함께 걸어가되, 그 속에서 나의 템포를 잃지 않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구나! 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뒤에 이어지는 가사 ‘Don‘t stop playing sixteen’은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나의 이 연주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자기다짐과 같아요.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음악들과 이번 음악에 차별점이 있다면?
하은) 가사의 온도를 재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차갑되 따갑지는 않고 소화가 잘되기를 바라는? 굉장히 어려운 얘기네요.
우히) 더 강력한 드럼 비트에 내리꽂는 베이스 그리고 물 흐르듯 자유로운 기타가 가장 인상적인 음악입니다.
스눅) 좀 더 멀리 보고 그리는 그림?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주셔야 알 수 있으실 것 같네요(웃음).
준일) 기존 음악과 차별을 두기보다 앞서 해왔던 음악을 복기하면서 멤버들이 서로 잘하는 것을 좀 더 공고히 한다는 느낌으로 작업했고, 앞으로 할 음악의 방향에 대해 잡아가는 계기가 되는 음원이라고 생각했어요.
-팀이 만들어지고, 올해로 7년이 됐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순간인데요. 팀에게 있어서 가장 위기의 순간으로 꼽을 만한 사건이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입대를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나름의 길다면 긴 공백이니까요. 걱정을 붙들고 밤을 많이 지샜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분들을 보며 극복과 감사를 느꼈어요. 팬분들은 어두운 길을 나아가야 할 때 비춰지는 빛과 같아요. 팀에 대한 믿음이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대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서 더 돈독할테지만, 가까운 만큼 갈등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갈등을 해소하는 팀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 모두 자리에 모여 차분하게 회의 아닌 회의를 진행하는 편입니다. 회의라고 하니까 거창한데 사실은 평소에 지나갈 수 있는 개인의 작은 얘기들을 나누는 정도에요. 일을 함께 하고 있기에 놓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긴장이 해결이 되면 다시 나아가곤 합니다.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자’는 리더 스눅의 철학이 담겨있어요.
-맥거핀이라는 팀의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듣고 자라온 많은 음악들이 있어요. 가슴 속에 깊게 남아있는 음악도 있고, 지금까지도 클래식으로 회자되는 대단한 음악들도 있죠. 그리고 현 시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주위 사람들이 함께 듣는 트렌디한 음악들도 있어요. 다양한 감각을 우리의 이야기에 잘 어우러지도록 녹아내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제한은 두지 않아요.
-멤버들 각자에게 ‘밴드 맥거핀’이 어떤 의미인지.
우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삶에 들어온 것 같아요.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요. 제 인생에 탄수화물 같은 역할이랄까?
스눅) 제 삶을 기록하는 일기장과도 같습니다. 이는 곧 맥거핀으로 이야기하는 음악들이 우리의 삶과 자연스레 흘러가기를 바란다는 의미와 같아요.
준일) 저에게 맥거핀은 멤버 4명 뿐만 아니라 청자들이 참여해서 같이 영향을 주고 만들어가는 공동체 같은 느낌이라 하나의 살아있는 생물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또 수많은 공연을 해오고 있는데, 이 공연들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는지.
우히) 공연은 보여주고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가장 확실한 원동력이자 에너지원이고요.
스눅) 저는 첫 단독 공연이었던 ‘NEMO’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의 설렘을 잊지 못해요.
준일) 모든 공연이 기억에 남고 와준 사람들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앞으로 할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팀의 최종 목표를 들려주세요.
정규 10집! 지치더라도 멈추지 않고 달려야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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