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교류...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핵심 키워드
[조영준 기자]
13일 오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영화의 황제>의 기자회견이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KNN시어터에서 진행됐다. 이 작품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크레이지 스톤>을 연출한 닝하오 감독의 신작으로, 17년 만에 다시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자리에는 닝하오 감독과 함께 다니엘 위 프로듀서, 배우 리마 제이단이 참석했다. 진행은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이 맡았다.
영화 <영화의 황제>는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의 영화 만들기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있는 작품이다. 홍콩필름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놓친 라우 웨이치(유덕화 분)가 보다 진지한 영화로 서구 영화제 수상을 노리는 이야기로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잘 표현되고 있다. 예술과 산업 사이의 미묘한 경계,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첨예한 차이, 영화 산업의 자본과 관계된 이야기까지 닝하오 감독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유덕화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점을 그려낸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영화의 황제> 기자회견 현장 사진 |
ⓒ 부산국제영화제 |
- 이번 작품 <영화의 황제>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유덕화와의 긴밀한 소통 속에서 완성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되는데요.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닝하오 감독: "배우 유덕화와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제가 영화 <크레이지 스톤>을 찍을 때 유덕화씨가 투자를 하면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는데 적당한 작품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3-4년 전쯤 유덕화씨와 비슷한 스타의 이야기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유덕화씨와 이 작품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니엘 위 프로듀서: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유덕화씨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거의 48년이나 되었습니다. 저 역시 계속해서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고 그런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작품을 하게 되었습니다."
- 2006년 11회 영화제 때 폐막작으로 선정이 되셨고, 이번이 두 번째 폐막작 선정인데요. 감독님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두 번이나 폐막작으로 선정된 감회가 궁금합니다.
닝하오 감독: "두 번이나 폐막작으로 여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부산이 좋은 도시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항상 폐막작으로 왔기 때문에 구경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개막작으로 선정해주시면 처음부터 끝까지 오래 남아서 부산을 즐기고, 또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하니 맛집도 다녀보고 싶습니다."
-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닝하오 감독: "일단은 영화 현장이 혼란스러웠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왜냐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연기자들 대부분이 제작진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배우와 제작진 두 가지 역할을 담당했어야 했죠. 저도 메가폰을 잡기도 하고 연기를 하기도 하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촬영장은 혼란 그 자체였고, 어떤 때에는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도 진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돌아가는 척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촬영 현장 자체가 실제와 가상이 혼재하는 공간이었죠."
- <영화의 황제>라는 이 작품의 타이틀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닝하오 감독: "유덕화라는 배우 자체가 잘생기고 많은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영화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제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극 중의 인물 역시 계속해서 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영화의 황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 마음이 타이틀에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 영화 중간중간에 뉴스 장면을 통해 전쟁에 관한 소식이 전달되고 있는데요. 영화의 뒷배경에 그런 이야기를 배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닝하오 감독: "이유는 이 영화의 주제가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과 고집, 자신만의 시각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지나칠 경우 서로 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백그라운드에 삽입된 요소 역시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 싸움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장면이라 보시면 됩니다."
- 영화에서는 유명인과 소셜 미디어의 관계나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그려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하여 현실에서 이런 플랫폼들이 영화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리마 제이단 배우: "저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플랫폼을 통해서 세계와 연결되기 때문에 영화 속 장면이 저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소셜미디어는 중요하고 또 대중에게 친근하게 서로 다가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닝하오 감독: "저도 개인적으로 틱톡이나 숏폼을 많이 보는데요. 지금 시대에는 새로운 영상과 영화를 전파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이런 소셜 미디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어떤 한 개인이 숏폼에 업로드한 영상만큼 리얼하지 못한 영화를 찍는다면, 감동을 주는 영화를 찍지 못한다면, 우리가 찍는 영화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최대한으로 유니크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저는 이 영화를 보다가 돼지가 나올 때 굉장히 놀랐었고, 돼지가 난동을 부릴 때 정말 많이 웃었는데요. 동물의 리얼한 난동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셨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닝하오 감독: "전부 돼지 배우가 한 것은 아니었고 CG가 있었습니다. 간단한 동작, 왔다 갔다 한다거나 제자리에 앉는 동작들은 돼지 배우님께서 직접 해주셨죠. 영화를 잘 촬영하기 위해서 담당 사육사 분이 24시간 대기하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줬습니다. 영화를 잘 촬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먹을 것을 줬습니다. 그래야지만 연기가 가능했으니까요. 그 외의 고난도 동작들은 CG를 통해서 해결을 했습니다."
- 영화 만드는 작업, 작품을 만들고 투자를 받고 하는 과정 중에서 어느 정도의 실제 경험이 이 작품 속에 녹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닝하오 감독: "영화의 첫 번째 단계가 투자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영화를 찍는 과정은 즐겁습니다. 돈을 쓰기만 하면 되니까요. 영화에서 등장하는 투자를 받기 위해 애쓰는 부분들은 거의 실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역시 유덕화 님께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 영화 속에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성룡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특별히 두 명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었을까요?
닝하오 감독: "봉준호 감독님이나 성룡 감독 외에도 처음 시상식을 하는 장면에서 시상자로 나온 감독이 역시 왕진 감독으로 중국의 유명한 무술 감독입니다. 이 작품에는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여럿 언급되고 있죠. 먼저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을 제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스타일이 독특하고 인지도도 높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성룡같은 경우는 아시아 사람이라면, 할리우드까지도 누구나 다 아는 대스타 아닙니까? 그 이름이 가지는 이미지, 그 자체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만한 경쟁력을 갖춘 이름의 상징성을 지닌다고 생각해서 언급을 했습니다. 저희 작품 자체가 가벼운 코미디 작품이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의 이름을 다 넣어봤어요."
- 영화의 시작도 영화제의 장면으로 시작되고, 극 중 인물의 목적도 영화제에 좋은 영화를 출품해서 상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여기 감독님께서도 영화제의 마지막 순간에 서 계시는데요. 영화 플랫폼이 변화하고 산업의 구조가 달라지는 시기에 영화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닝하오 감독: "저는 이런 국제영화제가 교류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다른 지역의 영화인은 물론 서로의 문화를 알고 교류하는 기회가 생기죠. 또 영화인의 잔치라고도 생각하는데요. 서로가 만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의 모습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교류하는 것이 영화 산업, 업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주제가 '소통과 교류'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말 그대로 소통과 교류가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스스로의 관점만 고집하다 보면 소통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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