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도 어려운 전자폐기물…충전기 둘 중 하나는 안 쓰고 방치
전자제품 4개 중 1개는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난 채로 집안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폐기물 처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녹색연합이 14일 ‘세계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국내 전기·전자제품 사용 현황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구당 평균 63개의 전기·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3.9개(22%)는 작동은 되지만 사용하지 않았고, 3개(5%)는 고장이나 파손된 채로 집안에 방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쓰고 있는 건 46.1개(73%)였다.
방치되고 있는 전기·전자제품은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등 소형 가전제품이 많았다. 이번 조사는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106가구가 참여했다.
충전기·충전선 가구당 11.7개…절반은 안 써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기기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충전기·충전선의 개수도 가구당 11.7개에 달했다. 이는 전자기기에 따라 충전 타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충전기·충전선 중에서 실제 쓰는 건 절반이 조금 넘는 54%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작동은 되지만 사용을 안 하거나(36%), 고장이나 파손된 채로 보관(10%)하고 있었다.
전세계 전자폐기물 가치 77조…재활용율 17.4% 그쳐
실제로 전기·전자제품에는 각종 금속·화학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중금속으로 인한 환경오염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에는 구리나 금, 코발트 같은 희귀금속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재활용 가치도 높다. 전자전기폐기물포럼(WEEE forum)은 2019년에 발생한 전 세계 전자 폐기물의 원자재 가치를 77조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전자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7.4%에 불과하다.
크기·종류 따라 처리 제각각…60% “어려움 느껴”
하지만, 제품의 크기나 종류, 수량에 따라 처리 절차와 요청 기관이 다르다 보니 전자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60.4%는 전기·전자제품 폐기에 ‘때때로 어려움을 느낀다’라거나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독일의 경우 전자 폐기물의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슈퍼마켓에서 오래된 휴대폰, 손전등, 전기면도기 등을 회수하도록 했다. 녹색연합은 “오래된 장치를 적절하게 수거해야 자원을 확보해 재활용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쉽게 반납하도록 수거처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충전기나 충전선 같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전자 제품의 충전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내년부터 휴대용 전자기기의 충전 규격을 통일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이후 애플사는 최근 출시한 아이폰15부터 기존과 다르게 USB-C타입의 충전기로 변경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국제적인 흐름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 판매하는 기기에 대해서도 통일된 충전기 단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 제·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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