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선거서 쪼그라든 ‘제3지대’…조정훈 케이스 늘어나나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하라”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다음 날인 12일 정의당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이정미 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왔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 득표율이 기대에 못 미치는 1.8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원내에 처음 입성한 진보당의 권혜인 후보(1.38%)와도 불과 0.5%포인트 차이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자강(自彊)’ 노선이 실패했다는 게 입증됐다”며 “제3지대가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내년 4·10 총선의 바로미터라 불리며 총 6명의 후보가 등록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국민의힘이 여당 후보 프리미엄을 내세워 격돌하면서, 제3지대의 존재감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56.52%, 39.37%의 득표율을 기록해 거대 양당이 전체 득표의 95.89%를 점유했다. 정의당(1.83%)·진보당(1.38%)·녹색당(0.21%)·자유통일당(0.66%) 후보는 2%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이 총력을 쏟는 선거에서 군소정당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게 이번 선거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국정 안정 vs 정권 심판’이란 선전구호를 놓고 거세게 맞붙으면서, 외곽에 표류하던 민심도 양당 지지에 휩쓸렸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도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같은 의미가 들어가면 중도층이 견제 또는 방어를 위해 거대 양당에 표를 몰아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올해 하반기에 창당했거나 창당을 준비 중인 다른 제3지대 정당은 도전조차 ‘언감생심(焉敢生心)’인 모습이었다. 연내 창당 완료를 목표로 금태섭 전 의원이 깃발을 든 ‘새로운 선택’과 올해 8월 공식창당한 양향자 의원이 이끄는 ‘한국의 희망’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금 전 의원과 양 의원은 거대 정당과 연합 가능성을 부정하며 ‘제3지대 빅텐트’ 구성방안을 모색 중이나, 정치권 일각에선 “몸값 높이기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21대 총선을 3개월 앞둔 2020년 1월에도 대안신당·새보수당 등이 출범했으나 결국 기존 정당에 흡수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수순을 맞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행을 결정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처럼 양당 체제에 포섭되는 케이스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조 의원은 이르면 다음 달 말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진교훈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밀착 행보를 보였다. 용 의원은 지난 9일 민주당 유세차에 올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많은 도민에게 희망을 줬던 것처럼, 진 후보가 강서구민에게 희망을 드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의당 탈당 인사들로 구성된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도 진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다.
거대 양당에 대한 민심이 냉소적인 만큼, 제3지대 생존에 대한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진 대통령연구원 원장은 “강서구청장 선거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격돌이 극명하게 드러나 중도층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300명을 뽑는 총선에선 제3지대가 얼마든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2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9~1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 물음에서 ‘지지하는 정당 없음·모름·무응답’은 32%로, 국민의힘(31%) 민주당(2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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