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좋아하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中 부동산 ‘대마’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헝다, 비구이위안 부채 합치면 한국 한해 예산 맞먹어
중국 정부 부동산 부양조치에도 부동산시장 침체 여전
부채 많은 부동산 대기업들, 디폴트 또는 디폴트 직면
중국의 ‘빚투(빚내서 투자)’ 부동산 ‘대마’大馬·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헝다(恒大)·룽촹중궈(融創中國)·위안양(遠洋)·자자오예(佳兆業)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데 이어 비구이위안(碧桂園)그룹마저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 10일 홍콩 증시 공시를 통해 이날까지 원금 규모가 4억 7000만 홍콩달러(약 803억 9000만원)인 채무와 관련해 상환기한이 돌아온 돈을 갚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달러화 표시 채권뿐 아니라 상환기한이나 유예기한이 도래하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여, 채무 변제에 백기를 든 것이다.
비구이위안이 갚아야 할 달러화 표시 채권은 15건으로 원금 기준 93억 달러(약 12조 4000억원)에 이른다. 109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역외채권과 424억 위안(약 7조 7000억원) 규모의 비(非)위안화 표시 부채도 안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8월에 달러화 채권 이자 2250만 달러를 갚지 못해 디폴트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다. 당시 유예기간 내 이자를 겨우 갚아 고비를 넘겼지만 다른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일이 연달아 돌아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9일에는 2024년과 2026년 만기인 채권 이자 6680만 달러를 갚지 못해 30일 간의 유예기한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오는 17일까지 다른 채권 이자 150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전체 역외채권에 대한 디폴트에 빠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지난달 주택판매가 전년보다 80.7%나 곤두박질치면서 비구이위안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중국 정부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및 보증금 요건완화 등 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매자의 불안이 지속된 탓이다. 비구이위안은 “ 헝다발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16위인 룽촹중궈는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파산보호신청은 해외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사의 미국 내 자산을 채권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룽촹중궈는 앞서 지난해 5월 디폴트를 선언했다. 만기가 돌아온 달러화 채권 이자 2950만 달러를 갚지 못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중국 주요 대도시가 봉쇄돼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주택판매가 대폭 감소했다. 더욱이 올 3~4월 주택판매 역시 지난해보다 65%나 급락하는 등 회생은 기대난이다.
25위 업체 위안양은 지난 8월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지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홍콩증시에서 거래되는 위안양의 달러화 채권 8건의 거래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됐다. 위안양 측은 올해 주택계약 판매물량이 급격히 줄고 자산처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됐으며, 여러 재원 조달 과정에서 계속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급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전역에서 290여개의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위안양은 비구이위안 등과 함께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혔다. 국유기업인 중국생명보험이 최대 주주인 위안양까지 경영난을 겪으면서 국유기업들도 부동산 위기를 비껴가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룽촹중궈보다 한달 앞서 8월에 미 맨해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홍콩과 역외 조세피난처 등에 있는 헝다 계열 법인의 채무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채권자의 소송과 압류 등이 중단된다.
헝다는 227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2021년 말 디폴트에 빠졌다. 이 회사 총부채 규모는 2조 437억 위안에 달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와 맞먹는다. 2021~22년 누적 손실액은 5819억 위안에 이르고 주식거래는 지난해 3월 정지됐다.
채권단과 18개월간 지난한 협상한 끝에 195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부채조정안을 올 3월 내놨지만 조정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비구이위안 등 다른 기업들도 디폴트에 빠지는 등 상황이 나빠 자금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진 까닭이다.
헝다의 위기는 2020년 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둔화에 따라 건설 중인 아파트의 판매 부진으로 2021년 9월 헝다의 전체 자금을 총괄하는 헝다차이푸(財富)가 만기 상품의 원금 지급 연기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3월엔 헝다부동산(物業)이 예금담보 134억 위안을 은행에 차압당하면서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95% 급락하자 홍콩 증시는 곧바로 헝다그룹, 헝다부동산, 헝다자동차의 주식거래를 중단시켰다.
헝다의 손실액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헝다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헝다차이푸의 투자원금 미지급액은 410억 위안에 이른다. 이 중 지난해 말까지 70억 위안을 지급하는데 그쳐 지급액은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지난달 기준 미지급 원리금은 300억 위안이 넘는다. 헝다차이부의 경영진 10여명이 지난달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공안당국에 긴급 체포됐다.
중국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 중 731개의 완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완공을 보장한 주택 140만 채 중 지난해 말까지 50여만 채만 준공됐다. 헝다가 계약한 공사금액은 6039억 위안에 이르는데, 헝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33억 위안에 불과하다.
헝다의 해외 채무 역시 엄청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해외 부채는 200억 달러에 육박한다. 2021년 말 2억 6000만 달러의 사모채권 이자 상환을 못해 부도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중국 시공능력평가 27위의 자자오예는 2021년 말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원금 4억 달러, 이자 1293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자자오예는 달러화 표시 채권 규모가 117억 8000만 달러에 이른다,
중국 부동산 관련 부채는 천문학적 규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부동산 부문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였다. 하지만 2020년 말에는 54.5%까지 치솟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8조 40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비구이위안의 빚은 1조 4300억 위안이고 헝다의 부채는 2조 위안이다. 두 회사 부채만 합쳐도 3조 4300억 위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달러화 채권 규모는 헝다, 자자오예, 비구이위안, 룽촹중궈의 순으로 많다. 이들 ‘빚투’ 부동산 기업 4곳은 디폴트를 내거나 앞두고 있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2020년 말 ▲순부채비율 100% 이하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자산 1배 이상 ▲선수금 제외 자산부채율 70% 이하 등 '3대 레드라인(금지선)'을 부동산 업체 적용하며 대출에 제한을 두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덕분에 부동산 부문의 총부채를 2년 만인 2022년 GDP의 48%까지 끌어내렸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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