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예비 당뇨 환자 잡는다…‘저당’에 진심인 식품업계

김민상 2023. 10.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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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에 하림의 잡곡밥이 진열돼 있다. 사진 하림


직장인 황모(53)씨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공복 혈당이 당뇨 의심 단계(100~125mg/dL)까지 올라왔다는 내용이다. 과음한 다음 날 스스로 재 본 혈당은 당뇨 단계(126mg/dL)를 훨씬 지나친 149mg/dL이 나오기도 했다. 황씨는 “아무 생각 없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진단 이후에는 매일 운동을 하고, 아침에는 피를 뽑아 혈당 체크를 하면서 현미밥 위주 저당 식품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황씨처럼 당뇨 직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포함한 인구가 1440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당뇨병 진료비는 2015년 약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약 2조9000억원으로 5년 사이 6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 역시 저당 상품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치솟았다가 감소하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을 막기 위해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 중심 간편식을 강조하는 식이다. 현미는 백미보다 혈당이 천천히 올랐다가 내려가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


‘혈당 스파이크’ 예방하는 현미 제품


하림은 최근 국내산 현미와 쌀·물로만 지은 ‘더미식 현미밥’을 선보였다. 현미밥과 현미쌀밥·찰현미쌀밥 3가지 종류로 개발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현미쌀밥은 까슬한 현미의 식감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현미와 백미를 각각 55%·45% 비율로 담아 구수한 풍미와 부드러운 조화를 살렸다. 전자레인지에 약 2분간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어 오랜 시간 물에 불려야 하는 잡곡밥의 번거로움도 덜었다.
2019~2020년 통합 연령별 당뇨병 분포. 사진 대한당뇨병학회
서울 송파구 제타플렉스 잠실점에서 박유승 롯데마트 과일팀 MD가 저당 찰보리와 찰현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닭가슴살 제품 전문 브랜드 아임닭은 현미로 만든 주먹밥 4종을 출시했다. 간장계란버터‧소고기고추장‧소불고기‧전주식비빔밥 맛이다. 국내산 찰현미를 사용해 가마솥 직화 방식으로 밥을 지어 고소한 현미의 식감을 살렸다. 동서식품은 국내산 통현미를 사용해 아침에 우유를 넣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구수한 누룽지 맛을 맛볼 수 있는 ‘포스트 현미 오트밀’을 내놨다.

롯데마트도 지난 8월 저당 곡류 가공품을 선보였다. 혈당 강하용 쌀 제조 방법을 사용해 100g당 당류 함량이 1.4~1.7g으로 저당 표기 기준(100g당 5g 미만)보다도 약 70% 적다. 혈당 강하용 쌀은 여주액과 강황 분말, 수용성 식이섬유 등을 넣어 만든 혼합액을 곡물과 함께 불린 뒤 건조해 곡물 당류 함유량을 낮추는 특허 기술로 제조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곡물 고르기도


롯데마트는 지난 1년간 곡물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백미‧현미‧보리‧찹쌀 등 곡물 7종을 골라 저당 가공 작업을 했다. 이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찰보리와 찰현미를 최종 선정했다. 찰보리와 찰현미는 다른 곡물보다 수분 흡수 속도가 느려 저당 가공 과정을 거친 후 밥을 했을 때 질지 않고, 식감도 부드럽다.

박유승 롯데마트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당뇨로 고생하는 중장년층이 다이어트와 혈당 관리를 위해 당 함유량을 유심히 본 뒤 상품을 구매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저당 상품을 기획‧개발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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