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하지마" 2008년 뜨거운 눈물 떠올린 국민타자, 자책한 곽빈 감싼 사연
윤승재 2023. 10. 14. 06:00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까마득한 후배이자 제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국제대회에서 눈물을 흘려봤고, 동료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은 달라도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을 후배에게 이 감독은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라고 격려했다.
두산 투수 곽빈은 지난 7일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 뽑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돌아왔다. 대회 초반 입은 담 증세(등) 때문이었다. 대표팀 동료들은 곽빈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곽빈은 환하게 웃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며 경기에 나서지 못해 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에 국가대표 ‘대선배’이자 소속팀 스승인 이승엽 감독이 조언을 건넸다. 이승엽 감독은 “누구 혼자 따낸 금메달도 아니고 팀원들 모두가 고생해서 딴 금메달이다. 곽빈도 응원 열심히 하고 나름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이제 잠실(두산)에서 좋은 활약을 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15년 전 이승엽 감독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내내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이승엽 감독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홈런을 때려낸 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동안 너무 부진해서 팀에 너무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15년 후 곽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터.
이승엽 감독은 “나는 눈물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그날로 다 털어냈다. 다 잊고 결승전에 임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승엽 감독은 쿠바와의 결승전전에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대표팀은 전승 우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곽빈도 미안한 마음은 대회에서 끝내고, 이제는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잘 던져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곽빈은 이미 AG 중반에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 다만 매 경기가 치열하거나 압도적인 양상으로 펼쳐졌기에 ‘선발 자원’인 곽빈이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승엽 감독도 류중일 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곽빈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곽빈은 팀 복귀 후 캐치볼을 통해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된 곽빈은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곽빈은 복귀전이었던 해당 경기서 6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9탈삼진 1실점 짠물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을 감싼 대선배이자 스승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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