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보양식 '우족' 굴욕…"2.8만원에 사서 7000원에 판다"
" “차라리 그냥 폐기해버렸으면 좋겠어요.” " 지난 11일 낮, 11년간 서울 마장동에서 육가공 업체를 운영해온 신모(40)씨는 쌓여있는 우족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우족은 소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소의 발부분이다. 살점이 붙어 있어 사골보다 가격이 더 높지만, 최근에는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신씨는 “한 달에 200두(소를 세는 단위)를 취급하고 있는데, 2만 8000원에 우족을 공급받아서 7000원에 넘기고 있으니 두 당 2만원가량 손해다. 이번 달에만 400만원 정도 손해가 났다”며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나가지 않을 땐 kg당 3000원씩 분쇄기 이용료를 내고 가공한 뒤 푸드뱅크에 기부한다”고 말했다.
한때 보양식으로 각광받던 우족·사골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탕·국 중심의 식문화가 바뀌면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경기도 고양에서 8년째 정육점을 운영 중인 김모(44)씨는 “처음 가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한 달에 2마리 분(우족 8개)씩 꾸준히 팔렸는데, 최근에는 한 달 동안 한 번도 우족을 찾는 문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사람들이 우족을 사서 끓여 먹는 행위 자체를 안 하다 보니 4년 전부터는 직접 우족을 끓여서 팔고 있다. 사라진 우족 수요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우족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5년간 우족의 소매가는 kg당 3만원대에서 1만 5000원대로 떨어졌다. 도매가(2만8000원) 보다 소매가가 더 저렴한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살점이 붙어있지 않아 우족보다 싸게 거래되는 사골의 경우 15년 전 가격이 kg당 1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000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우족 수요가 급감한 건 식습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진소연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식생활문화 전공)는 “예전에는 우족이 몸조리용 보양식으로 귀한 음식 대접을 받았지만, 현대 한국 가정에서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살코기가 훨씬 선호된다”며 “우족을 끓이려면 솥에 넣고 반나절 이상 조리해야 하는데 요즘 늘어난 1인 가구에는‘가성비’가 떨어지는 요리”라고 말했다. 우족을 이용한 요리를 종종 해 먹는다는 이효설(43)씨도 “하루 종일 뼈를 고아야 하는데 집안이 너무 더워져서 3~4일로 나눠서 요리를 한다”며 “워낙 국밥류를 좋아해서 가끔 해먹는 거지, 요즘 주변에 우족 요리를 직접 하는 집은 못 봤다”고 말했다.
우족을 둘러 육가공업자와 축산물 공판장에서 고기를 납품하는 중매인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육가공업자들은 중매인들이 소매가(1만5000원) 보다 비싼 가격(2만8000원)에 떠넘기기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매가 2만8000원에는 가공비(1만7000원)과 운반비(3000원)이 포함돼있다. 마장축산물시장 한우협동조합 관계자는 “중매인 측에 ‘차라리 우족을 현장 폐기해달라’고까지 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몇 년째 조작비와 운송료를 인상하고 있다”며 “팔지도 못하는 우족을 떠넘기고 비싼 조작비와 운송료까지 챙기는 건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은 공정거래위원회에 5대 농협축산물 공판장에서 활동하는 중매인들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할 예정이다.
공판장을 관리 감독하는 주체인 농협은 “공판장에서 경매 낙찰은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중매인들과 육가공 업체 간의 계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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