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A등급'이랬는데…엘리베이터 자체점검, 꼼꼼히 보니 경악
지하철역이나 건물 등에 설치돼 시민 일상과 밀접한 이동수단인 승강기의 현행 안전점검방식이 허점투성이란 지적이 나왔다. 최근 3년간 승강기 안전사고로 전국에서 20명 가까이 숨지고, 200명 이상 다쳤다. 부실점검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월 1회 자체점검 기준 ‘두루뭉술’
13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이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으로부터 ‘승강기 정기검사 및 자체점검 기준’을 각각 확보해 분석한 결과, 자체점검의 경우 항목별 세부적인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승강기 검사 제도는 2가지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1년 주기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정기검사를 벌이고, 승강기 관리 주체가 매월 한 차례 이상 이상 유무를 자제점검한다. 자체점검은 대개 유지관리업체에 맡기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자체점검 기준은 ‘두루뭉술’하다. 예를 들어 승강기의 브레이크를 제어하고, 모터에 전원을 공급해주는 핵심 장치인 ‘주 개폐기’의 경우 정기검사 기준에 따르면 ▶차단 시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이 방지되는지 ▶신속하게 장치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식별이 쉽게 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자체점검 기준엔 ‘설치 및 작동 상태’ 정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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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점검서 최고등급, 정기검사 땐 ‘부적절’?
세부적인 기준이 촘촘하게 짜여있지 않다 보니 자체점검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원실 지적이다. 자체점검에선 안전 상태 최고등급(A)을 받았는데,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내역이 다수 확인됐다고 한다.
의원실이 확인한 사례 중 한 승강기의 경우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 자체 점검에서 추락방지 안전장치에 대해 최고등급인 ‘A’를 받았지만, 정기검사에선 ‘기준에 적합하지 않고, 작동되지 않는다’고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위급 상황에서 외부로 연락할 수 있는 비상 통화장치 작동 상태에 대해서도 자체 점검에선 석 달간 모두 A등급이었지만, 정기 검사에선 ‘모든 통화장치 작동 안 됨’ 지적을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과되는 과태료 규모도 적잖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체점검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관리 주체 등에 부과된 과태료 액수는 총 1억3820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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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승강기 비중 ↑…점검 강화 필요성도 ↑
만들어진 지 15년이 넘은 노후 승강기의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꼼꼼한 점검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지난 2019년 노후 승강기는 전체 71만8795대 중 16만3907대(22.80%)였는데, 지난해엔 전체 81만1602대 중 23만7246대(29.23%)로 늘었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 따르면 최근 3년간 승강기 안전사고로 숨진 사람은 2020년 10명, 2021년 5명, 지난해 4명이었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각각 91명, 80명, 56명이다. 올해만도 31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런 문제는 지난 10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안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김웅 의원은 “자체점검서 A등급을 받았는데 정기검사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취합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행안부가 어느 정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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