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이·팔 분쟁은 종말의 신호인가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평소보다 많아서였을까.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교회 역시 이번 전쟁에 대한 반응이 사뭇 달랐다. 보통 때 같으면 양측의 평화와 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을 텐데 영국 성공회의 경우 하마스를 비난하는 내용이 성명 속에 담겼다. 유대교 절기인 초막절 마지막 날, 그리고 안식일 새벽을 틈타 기습해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과 납치를 저지른 건 팔레스타인이 75년 전 졸지에 살던 땅에서 추방돼 이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
최근 SNS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영상은 이스라엘로 귀국하는 유대인들이 텔아비브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바로 내리지 않고 기내에서 모두 일어나 이스라엘 국가인 ‘하티크바’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착잡한 분위기 속에서도 결연함이 넘쳤다. 하티크바는 ‘희망’이란 뜻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희망은 2000년 역사를 가진다. 그들은 왜 예비군 소집에 기꺼이 응하며 전 세계에서 돌아오는가. 땅 때문이다.
AD 70년 로마제국 티투스 장군에 의해 그들 신앙의 상징이었던 성전이 파괴되고 50여년 뒤 모든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추방됐다. 유대인은 그때 이후 거의 2000년간 예루살렘에 거주하지 못한 채 정처 없이 온 세계를 떠돌았다. 나라 없는 백성의 한. 그것이 희망을 만들었다. 더욱이 그들의 경전인 토라와 구약성경 예언서의 약속은 그 희망을 견인했다. 유대인들은 그 약속과 예언을 대대에 전했고 언젠가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이 약속받은 땅에 다시 들어갈 것을 꿈꿨다. 그렇게 도래한 1948년 5월 14일은 기적 같은 사건이었다. 예언의 문자적 성취였으며 이스라엘의 진정한 회복이었다.
개인적으로 몇 차례 이스라엘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성경의 배경이 되는 땅이라는 점에서 모든 게 놀랍고 신기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가 있다. 성경 유적지가 아니라 유대인 역사 현장인 마사다 유적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유적지를 찾은 유대인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 3대가 함께 찾았다. 그들은 현장에서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마사다는 알려진 대로 AD 70년 유대 독립전쟁 당시 로마군과 최후 항전을 벌이던 천연 요새다. 결사 항전하던 유대인 960명은 현장에서 모두 자결했다. 이 가족을 보면서 오늘의 유대인이 얼마나 자신들의 땅을 간절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에겐 고려할 게 있다. 이렇게 현대 이스라엘의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고 해서 이스라엘 국가의 탄생을 무조건 성경 예언의 성취라고 믿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유대인에게는 가능하다. 그러나 구약과 신약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에겐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 기준이다.
기독교 복음주의에서 이스라엘을 보는 시각은 대개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천년왕국’이 등장하는 요한계시록 20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류 신학은 현대 이스라엘 건국이 구약 예언의 문자적 성취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됐다고 믿는다. 주류 신학은 흩어진 전 세계 유대인들이 고토로 돌아와 성전산에 제3 성전을 세우고 이를 계기로 아마겟돈 전쟁이 일어나며, 신자들이 휴거되면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재림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주류 신학은 교회와 기독교인이야말로 참된 이스라엘이자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강조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진정한 성전이라고 말한다.
국내 종말론 권위자인 이광복(흰돌선교센터) 목사는 “기독교인이 이·팔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며 “종말의 때를 살아가는 신자의 할 일은 깨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이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을 맹목적으로 편들기보다는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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