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건강 정보보다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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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로서 자괴감을 느끼는 때는 많고도 많지만 나에게 자괴감을 주는 것으로 TV만한 것이 없다.
정말이지 틀었다 하면 건강 정보가 나오는데 어떤 정보는 듣고 또 듣다보니 마치 의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밥 먹을 때만 틀어놓는 TV를 통해서도 이러하니 이렇게 가다가는 전 국민이 반의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나의 이해 폭이 좁은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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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로서 자괴감을 느끼는 때는 많고도 많지만 나에게 자괴감을 주는 것으로 TV만한 것이 없다. 정말이지 틀었다 하면 건강 정보가 나오는데 어떤 정보는 듣고 또 듣다보니 마치 의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밥 먹을 때만 틀어놓는 TV를 통해서도 이러하니 이렇게 가다가는 전 국민이 반의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제 항산화작용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안다. 생체에너지를 쓰면 산화가 될 수밖에 없고 산화는 결국 노화를 일으킨다. 산화는 우리의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인데 우리는 산화에 동반되는 노화는 싫다. 그래서 그렇게도 항산화를 외친다. 그리고 그 항산화의 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노화의 주범인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세포 수준에서 보면 스트레스가 명확한 지표로 나타난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막에는 단백질이 많이 있는데 단백질의 입체구조가 유지돼야 효소를 제대로 배출할 수 있다. 단백질의 입체구조가 손상됐을 때 그 구조를 정상화해주는 사포롱이라는 단백질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사포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프로테솜이라는 단백질이 우리 몸의 단백질 중 30%에 해당하는 불량단백질을 빨리 파악해 없애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작용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정상화하지 못하거나 불량단백질을 없애지 못하면 그 단백질이 쓰레기로 몸에 쌓여 노화와 치매가 일어난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왜 생기는가. 대체로 타인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생긴다. 그러면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 타인이 문제인가.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나의 이해 폭이 좁은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는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 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불편을 일으키려고 존재하지 않듯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불편을 준 그 사람도 당신에게 불편을 일으키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존재 방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솔직히 당신에게 불편을 일으키는 것이 인생의 목적일 정도로 당신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다. 우주는 그렇게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철학은 인식의 편향을 극복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최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보아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래서 철학은 나의 우물을 넓혀준다. 우물을 넓히려니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보다는 이편이 낫다. 아무리 항산화제제를 먹어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힘들어 괴로운 마음이 지속된다면 소용이 있을까 싶다. 이해하는 능력을 높여 스트레스가 애초에 적게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웬만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그러는 이유만이라도 파악하면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든다. 건강 정보에 대한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자신의 이해력을 넓히는 데 기울여 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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