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의 고백록] 아흔 노인의 폭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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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부부관계를 가져본 일이 없다? 그래가지고 어디 부부냐? 남이지." 93세 노인이 토해낸 푸념이다.
'다 늙어서 무슨' '아휴 남사스럽게' '거 참. 주책맞네' 하며 외면할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루터는 "일주일에 두 번 아내에 대한 의무로 섹스를 하면 남편은 물론 아내에게도 이롭다"는 부부섹스 규칙까지 제안했을까.
나는 여전히 아들과 며느리가 가정사역자로 살아가는 일을 삶으로 응원해준 아버지가 고맙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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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부부관계를 가져본 일이 없다? 그래가지고 어디 부부냐? 남이지.” 93세 노인이 토해낸 푸념이다. 그것도 며느리한테다 쏟아냈단다. 며느리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100세 시대, 노년기의 섹스와 성 기능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니다. 그들의 중심 주제다. 노년기의 건전하고 건강한 성생활과 성 기능은 삶의 활력이다. 즐거움과 자존감, 자신감을 높여준다. 노화에 동반되는 여러 상실감을 채워주기까지 한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노년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섹서사이즈’(sexercise)를 적극 권한다. 섹스(sex)와 운동(exercise)을 조합한 신조어다. 그 주제는 ‘침대에서 잠자는 것 이상을 얻으라’는 거다. “섹스는 모든 근육 집단을 사용하며 심장과 폐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고 시간당 약 300㎈를 소모한다”고 설명한다. 한술 더 떠 “올겨울의 정기적인 섹스가 다가오는 봄에 더 훌륭한 몸매와 더 젊어 보이는 용모로 이어질 것”이라고 부추긴다.
‘다 늙어서 무슨…’ ‘아휴 남사스럽게…’ ‘거 참. 주책맞네…’ 하며 외면할 일이 아니다. 친구도 아닌 며느리를 민망스럽게 한 주인공은 사실 내 아버지다.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전립선암을 앓고 계시다. 20년도 넘게 약을 잡수신다. 나는 아버지가 성생활은 졸업한 줄 알았다. 그런 내게 아버지의 고백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놀라운 일이었다.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 신비로웠다. 내 친구들 몇은 비아그라를 복용한 지 오래다. 그런데 아버지는 비아그라를 처방받은 흔적도 없다.
도쿄 노인의학연구소가 2007년 87세 노인의 건강과 체력을 조사했더니 1977년 70세에 해당했다. 30년 사이 17세가 젊어졌다. 요즘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하면 아버지 세대의 신체·정신·사회적인 나이와 맞먹는다고 한다. 지금 내 아버지 나이 93세에 0.7을 곱하면 겨우 65.1세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부친은 ‘장청년(長靑年)’이 맞다. 그동안 나 자신의 젊음에만 관심이 있었지 아버지 나이를 놓치고 있었다. 불효가 딴 게 불효가 아니었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신석기시대 29세에서 17세기 유럽인은 51세였다. 이 기준으로 할 것 같으면 마르틴 루터의 63세는 오늘날 호모 헌드레드에 해당한다. 그는 죽음을 앞둔 며칠 전까지도 아내 폰 보라와 섹스를 주제 삼아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루터는 “일주일에 두 번 아내에 대한 의무로 섹스를 하면 남편은 물론 아내에게도 이롭다”는 부부섹스 규칙까지 제안했을까. 루터는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를 침실에까지 확대한다.
“아담의 타락에서 잉태되어 인간의 불순한 본능으로 귀착돼 버린 성욕의 허물을 더 이상 묻지 않고 그것을 눈감아 준다. 결혼생활은 하나님께서 제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섹스는 하나님의 은총에 힘입어 죄악의 멍에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고(故) 안병무 교수는 어느 날 이런 고백을 했다고 한다. “한밤중에 부부가 성교하는 중인데 하나님이 문을 빠끔히 열고 들여다보면 손을 저으며 하나님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들과 며느리가 가정사역자로 살아가는 일을 삶으로 응원해준 아버지가 고맙기 그지없다. 부모님은 가정사역을 탐구하는 우리에게 교과서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성질’만 빼고 내 아버지를 살아내야 한다. 맞다. 침대는 잠자는 것 이상의 ‘스위트 홈’을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선물 보자기다. 저녁 시간, 이번에는 소심한 내가 기어드는 소리로 아내에게 속삭인다. “(우쒸) 우리가 남이가?”
하이패밀리 대표
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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