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전적부심사 없이 세금 부과하면… [생활 속 법률 이야기]
#A씨는 2016년 주택을 양도하고 2017년에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신고를 했음에도 국세청은 약 5년 동안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에 정해진 기간이 만료되기 약 한 달 전에야 비로소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과세예고통지서를 A씨에게 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처분을 내렸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이런 과세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전에 미리,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과세예고통지를 해야 한다. 과세예고통지는 대략 어떠한 이유로 곧 당신에게 세금 얼마를 부과할 테니 알고 있으라는 메시지가 담긴다. 그리고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국민은 30일 이내에 과세예고통지 내용이 옳은 것인지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과세관청은 사실집계를 확인한 뒤에 그 내용을 과세 전 적부심사위원회에 상정해 심사 결과를 30일 내에 납세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일 이 같은 재심에도 불복할 경우에는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행정소송 등의 과세불복 제도를 이용한다. 이 절차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다. 민원을 축소하고 국세행정을 질적으로 향상시켜 세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국세청이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으면, 국민은 세금이 부과되기 전에 예고된 과세 내용이 적법한 것인지 따져볼 수 있는 과세전적부심사 기회를 놓치게 된다.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이 적정한가를 따지기도 전에 바로 세금을 부과받는다. 이는 국민에게 부여된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실수가 국민 권리 침해하면 안 돼
물론 예외는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에 정해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다. 시간이 부족할 때 과세예고통지를 하고 이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까지 거친다면, 이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버리는 위험이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국세청은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과세예고통지를 한 날 바로 과세 처분을 내렸다.
A씨로서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 내용의 적법성에 관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한 채, 바로 과세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국세청은 2017년에 이미 과세 자료가 생성됐음에도 약 5년 동안이나 과세 자료를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임박한 시점에야 부랴부랴 과세예고통지와 과세 처분을 함께 내렸다. 이렇게 처리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다.
해당 사안에서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이런 과세예고통지는 명목상 이뤄진 것일 뿐이고 세금을 부과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세예고통지를 누락한 것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조세심판원은, A씨에 대한 과세 처분에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조세심판원 결정은 과세전적부심사라는 국민의 절차적, 제도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과세예고통지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국민의 권리 구제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가 팔았는데···HP가 인수하고 더 잘나가는 이곳 - 매일경제
- 수입차 고전에 전통의 캐딜락도 할인경쟁…가격경쟁 심화 - 매일경제
- 오르락내리락 ‘삼전’ 주가···9만전자 오긴 올까 - 매일경제
- 서울 마곡·하남 교산···수도권 알짜 입지서 3~4억원대 사전청약 - 매일경제
- ‘운동하면 코인 받는다’...릴리어스, 비스타랩스에서 투자 유치 - 매일경제
- “강남이 전혀 부럽지 않아~”···‘회장님 동네’ 동부이촌동 [재건축 임장노트] - 매일경제
- “매달 통신비 6만5000원이나 쓰는데”…만족도 꼴찌 통신사는? - 매일경제
- 하이브 7%대 상승… 하반기에 누구 컴백하길래? - 매일경제
- 횡령 막고 싶다면 꼭 필요한 이 기술 ‘레그테크’ [Deloitte 금융 인사이트] - 매일경제
- 업주 출혈 경쟁 부른 배민의 광고…‘깃발 꽂기’가 뭐길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