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뺏길라…日 ‘스톡그랜트’ 성행[경영전략노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0.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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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로 ‘자사주’ 어때요

최근 일본 상장사를 중심으로 직원에게 자사주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보상 시스템으로 직접 주식을 주는 방안을 선택한 셈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464곳에 달한다. 5년 전과 비교해 10배 급증했다. 전체 일본 상장사(3900여개)의 12%에 달한다.

이런 제도 도입은 특히 첨단 기업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소니는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평균 2000만엔(약 1억8156만원) 규모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임원부터 평사원까지 폭넓게 설정했다. 일본 시스템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는 국내외 직원 2만명에게 수백만엔 상당 주식을 지급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제도를 통해 신입 직원이 받는 연봉이 최소 1000만엔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네사스는 올해부터 미국 지사에서도 이 같은 보상 체계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해외 지사를 대상으로 시행 범위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도 자사주 보상 대열에 합류했다. ANA는 오는 11월 전체 직원(4만5000명) 70%인 3만1500명에게 약 20달러 상당의 자사주 100주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지급은 대부분 일정 기간 근무 조건을 충족한 직원을 대상으로 3~5년 이상 매도 제한 조건을 걸고 제공된다. 주로 임금과 성과급 제공 시 자사주를 함께 얹어주는 형태다.

특정 가격에 사는 스톡옵션과 달라

직접적인 보상책…인재 유치 활용

이 같은 자사주 인센티브를 ‘스톡그랜트(Stock Grant)’라고 한다. 스톡그랜트는 특정 가격으로 자사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과 다르다. 한마디로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다. 주가가 떨어져도 최소 이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정관 변경 등 복잡한 절차 없이 가능하고,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할 필요 없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톡옵션은 행사할 수 있는 미래 권한을 주는 것이라 불확실성이 높지만 스톡그랜트는 바로 주식을 주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경영 결과에 대한 금전 보상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스톡그랜트를 도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임직원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일본 기업이 스톡그랜트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 아마존 등 해외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인센티브를 도입하며 일본 기업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기업도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으로 스톡그랜트를 선택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 해외와 비교하면 직원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기업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글로벌 인재 유치전에서 밀리지 않고 직원 사기를 올리기 위한 보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노린 측면도 크다. 자사주를 받은 직원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이전보다 업무에 더 의욕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일본 상장사들은 도쿄증권거래소 지시에 따라 장부가액 이하로 주가가 거래될 경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자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주가가 뛰면 직접적인 혜택을 받기에 기업 실적 개선에 적극적이다”라며 “자사주는 직원 의욕을 높이고 이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인센티브로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인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도 네이버, 포스코 등이 ‘스톡그랜트’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가. (윤관식 기자)
네이버·SK 등 적극 활용

사외이사에게 부여하기도

국내 기업도 스톡그랜트를 활용하는 곳이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초 임원 인센티브 제도를 18년 만에 대폭 바꿨다. 현금으로 주던 성과 상여금에 더해 자사주로 보상하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한 게 핵심이다. 포스코가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던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2006년)한 후 ‘자사주 성과금’을 도입한 것은 18년 만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책임 경영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차원에서 스톡그랜트 제도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그룹은 2006년 스톡옵션 폐지 이후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해왔다. 지난해부터 단기 성과연봉과 장기 인센티브를 성과연봉으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상여금 18억8200만원을 급여(10억원)와 별도로 수령했다. 이 같은 성과급 제도와 함께 스톡그랜트 제도까지 도입한 것. 앞서 지난 2001년 포스코가 스톱옵션 제도를 도입, 5년 정도 유지했으나 창업 정신 위배 논란이 불거지면서 폐지됐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재직 기간 중에는 회사 주식을 의무 보유토록 해 임원 보상과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ESG 평가 때 주요 경영진의 주식 보상 정책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SK도 적극적으로 스톡그랜트를 임원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경우다. 지주사 SK는 자사주를 이용해 주식을 지급함으로써 장기적 성장을 위한 근로 의욕 제고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처음으로 스톡그랜트를 도입해 임직원 수십 명에게 31억원 규모 자사주를 나눠 줬다. 또 노사 합의에 따라 우리사주를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4년의 의무 보유 기간을 부여했다.

IT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선두에 서 있다. 네이버는 2021년 전 직원 ‘스톡옵션’에 이어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했다. 스톡그랜트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정책이다. 2021년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과 Z홀딩스 간 경영 통합을 마무리하고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발표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냈다. 빅히트와 협력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 최대의 리셀 플랫폼 왈라팝에 1550여억원을 투자하는 등 영역을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인재를 지키고 또 확보할 수 있는 보상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글로벌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그에 따른 직원들의 보상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했고 스톡그랜트를 도입했다.

네이버는 2021년부터 매년 1000만원 상당의 네이버 주식을 전 직원에게 지급해왔다. 올해도 스톡그랜트로 주식 99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지난 4월 보통주식 4만9332주를 임직원을 대상으로 처분한 것으로 1주당 처분가액은 3월 31일 종가인 20만2000원이었다. 네이버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올해부터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스톡그랜트가 임원 돈잔치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올해 4월 포스코가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했을 때도 반발이 없지 않았다. 당시 최 회장이 ‘비상 경영’을 외치며 “1000원의 비용이라도 절감하자”고 주창하던 때 스톡그랜트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포스코 노조에서는 “직원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톡그랜트가 스톡옵션과 비교해 주주총회를 통한 정관 변경 없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꼼수’ 논란도 존재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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