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사퇴 거부 “총선 후 책임”…법사위선 ‘조은석 배석’ 논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 투·개표 시스템 보안 부실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남아 있는 일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노 위원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근 미흡한 정보 보안 관리와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 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끊임없는 조직 혁신과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최근에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굉장히 자괴감과 부끄러움과 창피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내게 남아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과연 사퇴한다고 해서 바로 선관위가 바로잡힌다든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사태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감사와 수사를 받아야 하고, 내년 총선도 바로 눈앞에 있다. 그런 부분이 마무리되고, 과거에 있던 일이지만 현재 책임이 있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는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 컨설팅’ 결과 발표로 촉발된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보안 부실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중요한 선거관리시스템에 접근하는 비밀번호가 뭔지 아나? 12345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이 중요한 해킹으로부터 선거관리시스템을 지켜낼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선거인 명부 시스템 해킹에서 사전투표한 사람을 안 한 것처럼 바꾸거나 유령유권자를 명부에 올릴 수 있고, 심지어는 선거망 침투도 가능하고 투표지 분류기 결과 변경도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거 완전히 부정선거 아닌가”라고 따졌다.
반면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10월 10일에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 시스템이 취약해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며 “저는 다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밑자락을 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도 “(선관위) 보안시스템을 다 일단 풀어놓고 시스템 점검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건 집 구조하고 현관 비밀번호까지 다 알려주고 주인 나가라고 한 다음에 도둑질이 가능하냐는 사실을 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에서 주심을 맡았던 조은석 감사위원의 국감 배석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조 감사위원은 지난 6월 감사원이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당시 절차적 하자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무고 가능성을 거론하며 반발한 인물로, 감사원은 지난달 조 감사위원을 전 전 위원장 감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앞서 전 전 위원장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을 직권남용·무고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공수처는 지난달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오늘 국정감사 주된 내용 중 하나가 조 감사위원, 유 사무총장, 최 감사원장을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장본인들을 자리에 배석해 질의 내용을 경청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기관장이 아닌 감사위원은 일방적으로 허위 답변을 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여야는 종일 이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오후 7시쯤 조 위원 등 감사위원을 출석시키되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최 원장은 이날 전 전 위원장 감사 보고서 공개 논란과 관련해 “내부 과정에서 법·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잘못이 다소 있었다. 이로 인한 내·외부의 수많은 억측,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이 제기되고 많은 국민께서 걱정하게 된 점은 감사원장으로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최 원장의 사과는 조 감사위원을 겨냥하는 성격이 짙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과 감사원장이 법과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단 의미인가, 아니면 특정 감사위원의 행위가 충실하지 못했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최 원장은 “둘 다 포함된다. 주심위원(조 위원)의 어떤 행태를 염두에 두고 쓴 표현”이라고 답했다. 최 원장은 이어 조 감사위원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 전 위원장의 대변인·변호인 역할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라고도 말했다.
유 사무총장도 “개원 역사상 75년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조 감사위원 같은 분이 처음 들어와서 그렇다”고 말했다. 조 감사위원의 반대에도 감사 보고서 공개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선 “이 분(조 감사위원)의 행태로 볼 때 이대로 두면 감사 결과가 온전히 보전된다는 보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가 피의자들의 변명하는 그런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국감장엔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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