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쏘아붙이고 물 벌컥벌컥... "안하무인" 유병호에 여당도 쓴소리

박소희 2023. 10.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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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법사위] '전현희 감사' 논란에 감사원은 '주심이 문제' 주장만... 조은석 26일 증인 채택

[박소희, 선대식, 남소연 기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 때마다 야당과 충돌하기 일쑤였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3일 국정감사에서도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야당 의원을 쏘아붙이는 모습에 회의장은 또 한번 소란스러워졌다.

이날 법사위 국감장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를 두고 여와 야, 감사원 간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위원 배석 요구로 국감은 시작하자마자 중지됐고, 가까스로 여야가 '오전 질의 때만 감사위원이 배석한다'고 협의한 뒤인 오전 11시 40분에야 재개됐다.

이후 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전현희 감사'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결재 없이 감사보고서를 최종 승인한 일을 집중 추궁했다. 

"그 사람" 운운... '주심 패싱' 정당화만 한 감사원

최재해 원장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주심(조은석)이 업무처리한 것은 법과 원칙에 맞지 않았다"며 "(논란의) 원인 제공자는 주심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아예 "그 사람"이라고 조은석 위원을 지칭하며 "서류상으로 열람하고, 그 전날 위원장하고도 몇 시간 동안 심의하고서 마지막 열람 버튼을 안 눌러서 (감사 결과) 시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현희 전 위원장 변호인 역할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 스스로도 절차상 문제를 인정했다. 황해식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결재와 열람은 실무자부터 기안해서 사무총장까지 결재가 이뤄지고 그 다음 단계에서 주심 열람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익위에서 시행하는 문서(감사결과보고서)가 만들어지는데, 그걸(주심이 열람버튼을) 클릭하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때 저희들이 기술적으로 다음 단계에, 다음 문서가 생성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을 들며 "열람은 전자방식으로 하게 돼있다. (조은석 위원이 사전에) 종이로 열람했다는 것은 (전자열람 방식) 규정을 지킨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은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내부 진상조사 결과)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원장께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 일을 처리한다면 처리과정의 위법에 대해서도 책임자를 특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최 원장은 "원인 제공은 주심위원이 크다"고 반박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조은석 감사위원.
ⓒ 남소연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여러분은 괜찮은 거 같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을 것"이라며 "국회 와서 '주심 패싱해 버렸다. 이 양반이 자기 뜻에 안 맞는다고 클릭을 안 해줘 갖고요.' 이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개탄했다. 또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 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와중에서 내부 진상조사를 진행, "셀프방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의 국감 참여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 유병호 사무총장이 "의원님, 이해충돌방지법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끼어들었다. 박용진 의원은 "사무총장한테 물은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유 사무총장은 "(질의시간이) 끝나지 않았나"라고 대꾸했다. 통상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나 국감에서 국회의원과 정부 측이 질의-답변을 주고받을 때는 기관장이 답변하고, 실무자 등은 의원이나 위원장의 허락을 받아 발언기회를 얻는다. 당시 유 사무총장은 발언권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박 의원이 "제가 질의는 원장한테 했다"고 하자 유 사무총장은 말 없이 종이컵에 든 물을 벌컥 마셨다.

이어진 의사진행발언 시간, 송기헌 의원은 "(의원들이 그간) 여러 번 얘기했는데도 유병호 사무총장은 스스로 나서서 그렇게 대답하고, 그리고 또 인상을 부릅 쓰면서 '다 끝났잖아요' 그렇게 얘기하는 게 적절한가"라며 "(의원 질의시간이) 끝나든 안 하든 답하는 건 위원장 허락을 받아서 하는 거고, 질문 끝나면 마음대로 얘기해도 되나? 그것도 인상 푹푹 쓰면서"라고 항의했다.

유병호 사무총장 : "그 부분에 대해선..."
송기헌 의원 : "또 그러지 않나."
유병호 사무총장 : "내용이 다 맞지 않다."
김영배 의원 : "저렇게 안하무인일 수 있나."

멋대로 끼어든 유병호... 여당조차 "겸허히" 주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이탄희 의원은 김도읍 위원장에게 "법사위원장으로서 사무총장이 방금 한 행위에 대해서 감사원장에게 적절한 감찰조치를 요구해달라"며 "이러한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이탄희 의원 말씀 들으셨나, 원장님"이라고 한 뒤 "그리고 유병호 사무총장님, 송기헌 의원이 지적한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된다"고 쓴소리했다. 유 사무총장은 그제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조은석 감사위원이 이 자리에 없다"며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은 양쪽 다툼의 당사자"라고 짚었다. 이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원장님이 '전현희 전 위원장 변호인 역할을 한다'든지 이런 표현과 내용은 적절치 않다"며 "원인을 제공한 게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라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은 최소한의 자제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야는 오는 26일 법사위 종합감사 때 조 감사위원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배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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