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보안점검 뒤 '미삭제' 국정원 프로그램 있었다?
[이경태, 유성호 기자]
▲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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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발 해킹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국정원발 해킹이 현실화될 수 있지 않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던진 질문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7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중앙선관위·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합동점검를 마친 뒤 '점검툴(프로그램)' 2개를 남겨두고 철수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그에 따르면, 선관위는 해당 프로그램을 국정원 철수 뒤 발견하고 삭제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음모론'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을)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출석을 놓고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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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의원은 이번 합동보안 점검이 국정원의 이례적인 권유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 사이버안보업무규정을 보면 전례없는 일이다. 기관의 요청이 없으면 못하게 돼 있다"라며 "그런데도 행정안전부가 올해 2월 국정원에서 헌법기관에 대한 보안 컨설팅을 하려고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행안부 주관 보안컨설팅을 실시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거부했는데 지난 5월 3일 북한 해킹 침투 가능성에도 선관위가 국정원의 보안컨설팅을 거부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전에 의해 선관위가 국정원의 보안컨설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정원이 (합동보안점검 후) 철수했는데 선관위 시스템 내 국정원에서 심은 (점검)툴을 2개 발견해서 삭제했다는데 맞냐"고 물었다. 김용빈 사무총장이 "그것까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선관위 관계자가) 말해줬다. 보안시스템 조사를 이유로 국정원에서 심은 툴이 2개 있었고 철수 이후 삭제되지 않은 것을 선관위에서 발견해서 삭제했다고"라며 "이게 점검툴인지, 해킹프로그램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다시 한 번 보안시스템을 가동해서 해킹툴이 남아있거나 문제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점검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결과를) 꼭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게 만약 해킹 프로그램이었다면 북한발 해킹이 아니라 국정원발 해킹 같은 중차대한 문제니 확인해서 보고해 달라"며 "무엇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찾고 있는데 다 찾지 못한 것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 툴인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합동보안점검을 통해 선관위 전체 보안시스템 설계도가 국정원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북한발 해킹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국정원발 선관위 해킹 사건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국정원이 악의적 목적을 가지고 (선관위에 대해) 보안컨설팅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하여튼 의원님 말씀에 유념해서 다시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구갑)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출석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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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선관위 보안시스템 점검은 국정원에서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선관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민주당과 우리 당 참관인까지 참여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기술적 상황을 점검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마치 단독으로 (해킹을 시도한 것처럼) 음모론까지 펴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원님들한테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뒤이어 질의에 나선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김 사무총장을 향해 답변을 명확하게 하라고 질책했다. 조 의원은 "선관위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1페이지에 '정보보안체계를 더욱 견고히 구축하기 위해 우리 위원회 요청으로'라고 돼 있다"면서 "왜 국정원의 요청이 있어서 선관위가 응했다고 하나, 그러니깐 지금 음모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총장이 "저희가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정원이 컨설팅을 하지 못한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조 의원은 "그러면 (보도자료에) '국정원 요청으로 할 수 없이 (보안컨설팅을) 받아들였다'고 해야죠"라며 "보도자료를 그렇게 써놓고 대답을 엉뚱하게 하니 이상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 의원은 '국정원 점검툴 삭제' 관련해서도 "(김 사무총장이) 답변을 애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국정원에서) 불손한 의도로 (보안컨설팅을) 한 것 아니냐고 해서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정원과 입장 차가 커서 따로 발표... 싸우는 구조는 아냐"
한편, 김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선관위 합동보안점검 관련 국정원과 별도로 입장을 낸 데 대해서는 "(국정원 등과) 입장 차가 커서 조율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보도자료 자체를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3개 기관 합동으로 (보안점검을) 했기 때문에 결과 발표도 합동(발표)을 원칙으로 협의했지만 최종적으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며 결과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국정원과 선관위는)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은 기술적 문제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선관위는 기술적 문제만 부각되면 일각의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러두기' 형태로, 해킹 관련은 보안 관제시스템을 열어놓고 했다는 부분이 반드시 보고서에 들어가길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국정원에서 의도적으로 선관위의 요청을 묵살하고 기술적 부분만 부각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은 "보도자료를 따로 발표하기로 한 것도 기관과 기관 사이에 합의됐던 사항"이라며 국정원과 다른 갈등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기관과 기관이 대립되는 상황이 아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용에 대한 합의가 안 됐고 서로 양해하는 사이에서 당신은 당신대로의 의견을 발표하라고 한 것"이라며 "기관 대 기관이 의견이 대립돼 싸우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보안컨설팅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선관위에서) 적극 협력하라고 한 사람"이라며 "(선관위는) 국정원에서 점검하되 그 결과를 차제에 선관위 보안시스템 강화에 힘쓰겠다는 자료로 남기길 원했다. 종전의 시스템 자체가 무력하다는 게 밝혀졌고 인력과 예산이 증원돼 설비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도 지적됐으니 그것대로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의원이 "(사무총장이) 각자 갈 길을 갔다고 답하니 선관위는 뭔가 잘했는데 국정원이 마구 들어오려고 해서 도망간 것처럼 보인다. 정정하라"고 요구했을 때도, 김 사무총장은 "보안컨설팅 전제조건 등을 부각시켜달라, 단순한 기술적 부분 외에 국민들이 오해 않도록 다른 법적·제도적 장치도 있다는 걸 (보고서에) 받아달라고 했는데 저희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다보니 각자 의견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기관끼리) 합의하고 동의한 상황"이라고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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