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X맨', 김영호 장관을 교체하라

정일영 2023. 10. 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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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정감사 관전기] 보는 내내 답답... 통일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일영 기자]

지난 10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국정감사는 한해 정부 부처의 국정운영 실태를 총괄하고 평가하는 자리이다. 국정감사가 선거와 함께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통일부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
  
통일부인 듯, 통일부 아닌, 통일부인 너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배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필자는 통일부 국정감사를 보는 내내 답답함과 씁쓸함, 그리고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 통일부가 통일부로서 평화통일과 남북대화, 교류와 협력을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통일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수도 없이 부정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최근 통일부가 직제와 운영예규, 통일교육 기본방향과 개별 사업 등에서 '평화'를 삭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 조치라는 낯 뜨거운 답변을 내놓았다. 정말 그런가?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도록 규정하였다(제4조). 또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통일부(장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곳이다(정부조직법 제31조).

그러나 통일부는 스스로 '평화적 통일'에서 '평화'를 떼어내고 '남북대화', '교류·협력'을 금기시하는 등 통일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통일부는 '통일부인 듯, 통일부 아닌, 통일부'가 되어버렸다.
  
어떤 이슈에도 속 시원한 대안 제시 못 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마치 통일부의 'X맨'이 된 것 같았다. 통일부 장관 스스로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에 대한 추진 의지도,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나 재중 탈북자 북송문제 등 어떤 이슈에도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었다.

사실 김영호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청문회 당시부터 북한체제 붕괴를 주장하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부정했던 과거의 극우적 발언으로 통일부 수장으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우리 국민 또한 '부적격하다'(52.7%)는 여론이 '적격'(24.4%)하다는 의견보다 우세했다(관련 기사: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고 싶은 건가, https://omn.kr/24mah).

김영호 장관은 취임 이후 평화와 교류·협력을 지워가며 북한 인권을 수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정감사 당일 보도된 중국의 탈북자 600명 강제 북송 뉴스로 여야 의원들의 지탄대상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북한인권과 정보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국정원 직원까지 파견받은 통일부가 아무것도 몰랐다는데 경악했다. 실제로 필요한 정보 수집과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부족했던 통일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https://omn.kr/252th).

결국 통일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항의를 하건, 협의를 하건, 북한을 상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서다. 그것이 통일부의 정체성인 것이다. 결국 남북대화를 부정하는 통일부 장관은 스스로 통일부의 X맨임을 국정감사에서 드러냈다.
  
보수 정부의 통일부, 새로운 비전 찾아야
 
▲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 된 '남북회담본부' 남북관계관리단는 지난 9월 8일 시행된 통일부 조직개편에서 남북대화·교류협력 조직이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 되면서 새로운 현판이 옛 남북회담본부에 걸렸다.
ⓒ 연합뉴스
 
필자는 진보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보수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중단된다는 상투적인 도식에 반대한다. 우리는 1990년 서독의 보수 정부에 의해 독일통일이 완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지금까지 보수 정부는 진보 정부에 못지않게 통일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은 그 정점에 있었다. 보수 정부가 말하는 통일이 극단적 '북한붕괴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면, 보수 또한 남북대화를 무조건 부정할 수만은 없다.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보수 정부'를 표방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임명과 함께 윤석열 정부는 통일부에서 평화를 지우고 남북대화를 금기시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주장한 극우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시점부터 통일부는 그 정체성을 상실하고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김영호 통일부 장관 교체가 답이다. 그러나 긴 호흡에서 보수 정부의 통일부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 보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통일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보수세력은 아직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를 감당할 자격이 없다. 진정한 보수라면 서독의 보수 정부가 왜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로 대표되는 진보의 동방정책을 받아들이고 중도실용의 관점에서 활용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번역해 출간한 클레이 콜레멘스(Clay Clemens)의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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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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