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2000억 넘게 투입하는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실효성은 '글쎄'
정재훈 "자원 선제적으로 퍼붓는 방식보다 장기적 차원서 인프라 갖추는 노력 꾸준히 해나가야"
산부인과 전문의 "20대 난자 동결, 사용률 높지 않아…현재 임신 원하는 사람들한테 더 집중해야"
김재연 "자연임신 불가능 등 의학적 문제로 부득이 냉동난자 필요한 사람에게만 선별적 지원해야"
서울시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간 2137억원을 투입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집중과 선택에 의해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자원을 선제적으로 퍼붓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데, 산후조리원경비 지원의 경우 민간산후조리원 요금 인상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난자동결 시술 비용 지원은 20~40세 모든 가임 여성을 다 지원하기보다는 선별 적용 대상자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이 시행되면서 출산 가정은 아이 1명당 산후조리경비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산모가 출산 후 60일 이내에 신청하면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100만 원씩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시는 예산 3억원을 들여 전국 최초로 난자동결 시술 비용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해주기로 했다. 대상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는 20~49세 여성이다. 이외에도 시는 내년 1월부터 35세 이상 산모에게 1인당 최대 100만원의 검사비를 소득 기준 없이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서울시가 산후조리비용을 지원하더라도 민간산후조리원 비용이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있고, 시의 지원이 요금 인상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 산후조리원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민간산후조리원 비용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2주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이 422만원에 달했다. 서울의 경우 2017년 317만원에서 지난해 411만원으로 100만원 가까이 뛰었다. 오히려 시의 지원이 민간 산호조리원의 요금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을 모두에게 해준다면 지원받는 가정들은 좋겠지만 출산율을 높이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산후조리원 자체가 없는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많은데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용만 다 지원해주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자원을 선제적으로 퍼붓는 방식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가족 친화적·아동 친화적 인프라를 갖추는 노력을 서울시가 꾸준히 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난자동결 시술 비용 지원은 미리 냉동한 난자를 실제 체외수정으로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사업 타당성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시는 연간 난자 동결 시술을 1100여명이 하고 있으며 냉동 난자의 사용률은 1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대 난자 동결은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률이 높지 않다"며 "먼 훗날에 쓸 수 있게 난자를 동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현재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한테 더 집중해서 재정이 투입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제원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이사는 "어릴 때 난소 기능이 나이보다 훨씬 빨리 떨어지는 사람들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제일 낫다"면서 "20대 때 대략 80% 난자가 정상이면 임신이 잘 되는 상황인데, 35세가 되면 그 절반으로, 40세가 넘어가면 20~30%로 떨어진다. 임신이 될 수 있는 난자 수가 급감하는 40대에 지원하는 것은 효용성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용성의 문제는 나중에 난자가 없어 고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지금 들이는 기회비용 중 어느 게 클 지 면밀히 살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자칫 시의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이 결혼 적령기를 더 늦출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20·30대 때 결혼 계획이 없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결혼하면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들이 대상이 되고 있는데 제도 자체 오남용이 좀 가장 걱정스럽다"며 "일반적으로 내가 결혼 계획이 없는데 나중에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결혼 적령기가 더 늦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정 문제도 있는데 굳이 모든 사람에게 냉동난자를 무조건 해야 된다고 권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사람에게는 냉동난자가 있는 건 희망이 될 수 있다"며 "의학적 문제로 부득이하게 냉동난자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선별해서 지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200만원 지원은 매우 부족한 금액"이라며 "여러 차례 걸쳐 난자를 채취하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계속 드는데 20~40세 모든 가임 여성을 다 지원하기보다는 선별 적용 대상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가 의학적 문제가 없는 난자동결 비용까지 부담하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는 "의학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을 지원하는 외국 사례는 있지만, 사회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 지원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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