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는 기업총수 줄 세우기 국감 [기자수첩-부동산]

배수람 2023. 10. 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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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도 여야가 기업인들을 줄줄이 불러내고 있다.ⓒ뉴시스

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도 여야가 기업인들을 줄줄이 불러내고 있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감시하고 평가한다는 목적은 퇴색되고 기업인들을 윽박지르고 질타하는 등 보여주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감장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된 기업인은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100명 안팎의 기업 관계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내세운 국감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간다. 세세한 업무 현안에 대해 100% 알지 못하는 기업 총수를 불러내 이를 질타하고 훈계하듯 질의한 뒤, 제대로 답변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은 국감장의 '대역죄인'이다.

일례로 지난 1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는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일반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임 부회장에게 "얼마 후면 대표이사를 그만 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LH, 국토부와 함께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대표이사를 1~2년 안에 그만둘 수도 있고 해서 걱정이 된다" 등 불필요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임병용 부회장은 "참담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전면 재시공이 원칙이다. (입주예정자들이) 걱정할 일 없도록 신속하게 진전을 이루겠다"고 말을 아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 논란이 된 DL이앤씨의 마창민 대표이사도 12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국감장에선 경영 책임자인 마 대표가 아닌 그룹 총수인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해욱 회장이 이번 산재사고를 알고 있냐"며 "그룹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회장이 (국감에)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창민 대표 역시 "송구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오는 16일 예정된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도 이 같은 의원들의 기업인 혼쭐내기에 그치는 국감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정위 국감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각각 출석을 요구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하도급 업체 갑질 의혹과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의 튀르키예 차낙칼레 현수교 케이블 설치공사 하도급 추가 공사비 미지급 관련 집중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인 현안을 듣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거라면 기업 오너, 대표가 아닌 일선 실무진을 부르는 게 더 현실적이다. 공정위 출석이 예정되어 있던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과 최정민 천재교육그룹 회장 등 다른 기업 총수의 증인 채택이 철회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매년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이 고착화된 가운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국회 내부에서도 "기업들에 국회가 불필요한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단 점이다.

올해는 항상 국감에서 단골로 언급되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의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이어 11일에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 국감을 하루 앞두고 기업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래 증인으로 채택했던 최수연 네이버 대표 대신 실무진으로 교체했다.

국감은 국회의 주요한 권한이고 기능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을 소환해 의견을 묻는 건 당연하다.

다만 주객이 전도돼선 안 된다. 몇 년 전부터 국감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단 의미다.

여야 의원들의 발언이 얼마나 국정에 보탬이 되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국감이 국정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본연의 취지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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