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한국 호감도 올랐지만…"한ㆍ일 시각 차 좁혀야"

박현주 2023. 10.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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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13일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호응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한국인의 대일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동아시아연구원은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한 반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떨어졌다는 내용의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과거사 인식 차도 존재"


손 원장은 이날 동아시아연구원이 개최한 '여론으로 보는 한ㆍ일 관계, 2013 - 2023' 컨퍼런스에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은 확연히 줄었지만, 한국인 사이에선 '지난 3월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에도 일본이 물컵의 남은 절반을 아직 채우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은 침략 전쟁, 역사 교과서, 전쟁 배상 등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의 반일 행동 등 태도를 문제 삼는 경향을 보여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싱크탱크인 '겐론(言論) NPO'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의 경우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 지난해 30.4%에서 올해 37.4%로 올랐지만, 한국인 중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0.6%에서 올해 28.9%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박경민 기자


"과거사·정책 간극 좁혀야"


이어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지원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한ㆍ일 관계와 역사 인식'을 주제로 한 1세션에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시각차를 극복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승현 계명대 교수는 "한국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상기해 일본의 식민 지배 피해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반면, 일본은 교과서와 미디어를 통해 침략 전쟁과 식민지 통치의 과거사를 희석하고자 한다"며 "한ㆍ일 갈등의 피로감 속에서 과거사 인식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지원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역사 문제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석정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인은 역사 갈등을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고통스러운 이행기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 국민은 역사 갈등을 갈등 그 자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한ㆍ일 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은 역사 문제를 지나치게 중요시한 나머지 그로 인한 갈등이 협력의 측면을 압도한 결과"라고 했다.

양국 간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분야 교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석주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잠재돼 있던 민족주의가 역사 또는 영토 문제가 생길 때 한ㆍ일 국민 사이 혐오와 반발의 형태로 표출된다"며 "다만 지난 10년간 양국 국민 여론은 반일과 혐한을 넘어 관계 개선을 향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을 더욱 설득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양국 정부 정책의 간극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주경 부산대 교수는 "한국은 경제 협력을 중요시하지만, 일본은 북핵 문제와 같은 안보 문제를 강조한다"며 "이런 우선순위의 차이가 한ㆍ일 국민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국 국민 사이 공통 인식 및 최소한의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협 동력 마련해야"


'한ㆍ일 상호 인식의 다면적 분석'을 주제로 한 2세션에선 양국 경제 협력의 동력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환 서울대 교수는 "한ㆍ일 경제 협력에 대한 응답은 전반적으로 당위론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성격이 크며, 한ㆍ일 관계의 개선을 근본적으로 추동할만큼의 영향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안보 협력의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ㆍ일은 북핵 문제라는 공동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안보 협력을 추진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며 "다만 최근 양국 관계 개선이 한ㆍ미ㆍ일 3각 협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는 안보 협력이 재가동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젊은 세대 간 교류도 강조됐다. 오승희 서울대 교수는 "한ㆍ일 국민 간 역사적, 영토적 갈등에서 비롯되는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상호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정치 체제에서 성장해온 젊은 세대에서 연결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양국 상호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는 고정적으로 다뤄야 할 해결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명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양국 국민의 인식 속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 등은 고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그때그때 단기적 측면에서만 역사 현안 해결을 도모하면 역사 문제 관련 양 국민 간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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