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 시간 끄는 국민의힘... "대통령 승인 못 받았나"

곽우신 2023. 10.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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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 최고위원들과 개별 면담했지만 말 아껴... 15일 의원총회로 결론 미루나

[곽우신 기자]

▲ 휴대전화 보며 출근하는 김기현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3
ⓒ 연합뉴스
 
12일에서 13일, 다시 15일로.

국민의힘이 장고에 들어갔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잰걸음으로 가는 듯했지만 도리어 속도 조절에 나섰다. 고민이 깊어진 여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13일 오전으로 예정된 긴급 최고위원회를 취소했다. 대신 개별 최고위원과 김기현 당 대표 간 1:1 비공개 면담이 이뤄졌다. 윤재옥 원내대표에 이어 김병민·김가람·장예찬·강대식 등 선출·지명직 최고위원들 그리고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이 차례로 당 대표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러나 면담이 끝난 후에도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날 면담을 모두 마친 뒤에도 어떤 방향의 쇄신안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기현 "여러가지 다양한 의견 듣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민심 변화에 대해 우리 당 체질을 어떻게 개선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이냐 그게 핵심 과제"라며 "그래서 여러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어놓았다. 당직자 사퇴 요구에 관해서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용을 정리해 가면서 차후에 말씀드리겠다"라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꾸 미뤄지는 모양새이다. 지난 1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후에 이미 수석대변인의 입을 통해 '내일(13일) 긴급 최고위원회'로 결정을 미룬 터였다. 여기에서 오는 15일 긴급 의원총회로 또 한 차례 더 밀린 셈이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면담을 마치고 나온 당 지도부는 언론 앞에 본인의 견해를 밝히기를 대체로 꺼렸다. 다만 당이 위기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보궐선거 참패 이후로 당이 변화하고 혁신하고 쇄신해야 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며 "수도권에서 원외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수도권의 민심, 정서, 국민의힘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의 말씀을 드렸다"라고 전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라며 "이걸 지역 선거에 국한하거나, 의미 부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정말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하고 먼저 함께 책임을 지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책임을 좀 덜 지자',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자' 하는 분들의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이런 준엄한 선거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를 위기로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 데 제가 사실 좀 충격을 많이 받았다"라고 꼬집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그런 쇄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라는 지적이었다.

영남 지도부의 수도권 전략 실패? "쇄신의 주체가 누구냐"

국민의힘이 신중 모드에 들어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우선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가 스스로 혁신과 쇄신의 주체로 나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당장 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 전략을 잘못 짰다는 지적이 당 안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성태 전 국회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민심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균형적이면서 좀 냉철"하다며 "과시하는 선거나 어느 날 하루아침에 갑자기 선심, 호의를 베푸는 식의 그런 접근 방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잘 안 먹힌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당은 영남에 기반을 둔 당이지 않느냐?"라며 "영남 정서하고 수도권 정서는 확연히 다르다. 그걸 우리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라고 밝혔다. 영남권에 치중한 지도부이다 보니 "수도권 정서를 보다 폭넓게 깊이 이해하는 그런 선거 전략은 되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는 주장이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쇄신을 해야 되는 쇄신의 주체가 누구냐"라며 "쇄신의 주체가 지금 유책 당사자인 당 대표여서는 안 된다. 당이 지금 쇄신의 주체가 돼야 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당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뭔가 메신저로서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라는 논지였다.

결국 "이거보다 조금 더 상위 레벨에서 그러니까 의총 단계에서 모든 가능성을 놓고 얘기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라며 "지금 당 대표와 당 대표하고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이루어진 지도부에서 얘기가 나와봤자 지금 그걸 누가 '완전히 바뀌겠는데?'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없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성형수술을 해야지, 화장한다고 달라지나?"

김기현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사퇴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장고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가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고심 때문이 아닌지 물음표가 나오는 이유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정치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만큼 직관적으로 책임과 쇄신을 보여주는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재보궐 선거의 패배가 영광의 상처가 되려면 그 상처 부위를 확실하게 도려내고 소독을 해야지 그래야 피부가 더 튼튼해지고 조직이 활성화가 돋는 거 아니겠느냐?"라며 "(지도부 사퇴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역시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굴 전체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해야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그 얼굴이 달라지나?"라며 "당력을 총동원한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라고 적었다.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은 곧, 당 지도부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기현 체제를 아예 바꾸자는 게 어려운 건, 김기현 대표를 의원들이 좋아해서라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라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공천 안전장치? 용산의 컨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기현 대표는 사과하지도 않고,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본인 거취에 대해서는 답을 정해둔 셈"이라며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김기현 대표가 우리의 공천을 지켜줄 수 있겠느냐'라는 불만들이 있다 보니까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15일 의원총회로 논의를 미뤄둔 것은 일종의 "시간 벌기"라면서 "관건은 용산에서 내년 총선 공천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태곤 실장은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차라리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도부가 바로 대안을 마련해서 '혁신위원장을 누구 모셔 오겠다' 같은 제안을 하게 되면,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 지도부가 작전을 짜서 지금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구나' 하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라며 "새롭게 꾸릴 혁신기구에 실질적인 권한을 얼마나 줄 것인지가 관심 사안"이라고 이야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건, 결국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컨펌(Confirm)'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용산 대통령실과 조율이 지금 잘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용산에서는 '지금 지도 체제에 손을 댈 필요는 없다'라고 보는 것 같다. 즉, 혁신 기구든 총선기획단이든 당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임명직 당직자들의 거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설사 본인들이 사퇴를 하고 싶더라도 용산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결론이 나올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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