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의 소신 발언 "홍범도 장군 흉상, 육사에 그대로 둬야"

김형호 2023. 10.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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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보훈부] 여야 모두 박민식 장관 질타 "보훈 본연 업무에 충실하라"

[김형호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13일 국가보훈부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모두 박민식 장관을 향해 "보훈(報勳) 본연 업무에 충실하라"는 질타를 쏟아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고령의 6·25 참전용사가 마트서 식품을 훔치다 적발된 사건, 거주 지역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유공자 지원금 문제, 의사 부족으로 제구실을 못하는 보훈병원, 몰카 촬영·입소자 폭행 등 직원 징계 사례 등을 지적하며 "본연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챙기라"는 주문이었다.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광복군 흉상을 철거하려는 국방부 움직임을 두고 "(흉상 설치 취지를 고려하면) 육사에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 발언했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훈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6월 부산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인 80대 남성이 생활비가 부족해 마트에서 젓갈, 참기름, 참치캔 등 반찬거리를 7차례에 걸쳐 훔치다가 붙잡혔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했다.

80대 참전용사 생활고에 반찬 훔치다 적발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 참전용사에게 정부가, 국가보훈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박민식 장관은 "노력은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미흡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또 "보훈부는 매년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생활수준 조사를 한다. 계속 지원금을 줄지 가리는 판단이다. 그런데 심사 과정을 보면 어떻게든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을 찾아서 지원하려는 게 아니라, 지원을 끊기 위한 조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면서 "앞서 언급된 6·25 참전용사의 경우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지원 대상 심사에서 누락됐다. 보훈부가 적극행정을 펼쳤으면 이런 일은 없었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역시 지방자치단체마다 유공자 및 유족 지원금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국가보훈부가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냐"고 따졌다.

또한 박 장관을 겨냥해 "국가보훈부로 승격됐는데도 여전히 보훈처 당시의 패배의식에 젖어 가만 앉아 있는 것이냐"고 했다.

거주지마다 다른 지원금 문제 지적

박 장관은 "지적에 공감한다. 거주지에 따라 지원금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다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자체에 내려보냈으나 권고적 효력인데다 지자체마다 자율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안타깝다. 부(部)로 승격해 즐기고만 있는 것이냐"며 "권고적인 가이드라인 말고 더 세게해야 한다. 지역간 격차 해소를 위해 인센티브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광주광역시 동구남구갑 지역구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박 장관에게 "보훈부의 가장 시급한 업무가 무엇이냐. 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복리 아니냐"며 "이런 일을 잘 하시라고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시켜 준 것 아니냐"고 했다.

윤 의원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공자분들 지원 미흡 뿐 아니라 제대군인지원센터는 방만 운영되고, 보훈병원은 전문의 부족으로 제대로된 의료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 윤영덕 "보훈 업무 잇단 누수에도..박민식 장관, 싸우는 전사만 꿈꾸나?" 

윤 의원은 "장관께서는 국가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데 '싸우는 전사'가 되고 싶냐, 싸우자고 하지 마시고 보훈대상자 복지와 예우를 우선에 두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몰카 촬영, 금품수수, 방임 등 노인복지법 위반, 입소자 폭행 등 보훈부 직원 징계 사례를 지적하며 질타했고, 박 장관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국감에서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관한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입장 표명 요구에 "육사에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장 "홍범도 흉상, 설치 취지 고려하면 육사에 그대로 둬야"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2023.10.13
ⓒ 연합뉴스
 
한 관장은 "육사에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독립군과 관련한 다섯 분을 모신 것은 (이들이) 우리나라 군인의 정신이나 군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군의 정신을 제대로 함양하고, 지도자들에게 그런 정신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흉상은 (육사에)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국대 사학과 교수,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등을 지낸 한 관장은 지난 2021년 제12대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했다.

앞서 지난 8월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라고 발표한 뒤 전국에서는 거센 반대 여론이 일었다. 국방부는 그럼에도 흉상 철거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흉상 외부 이전 대상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독립기념관을 관할하는 박 장관은 이날 "국방부로부터 공식 요청은 없었다"면서도 "요청이 오면 홍범도 장군이 독립유공자로서 최대한 예우를 받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2023.8.2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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