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시안게임 끝나자 北주민 600명 북송"…통일부 유감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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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규범 반해…문제 제기"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수의 북한 주민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며, 그중 탈북민, 환자, 범죄자 등 누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민이 자유의사에 반해 강제북송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 대변인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은 강제송환 금지라는 국제규범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유엔 난민협약 및 의정서와 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이다. 유엔 난민협약은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난민을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고문방지협약 또한 "어떤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ㆍ송환ㆍ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구 대변인은 또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중국 측에 이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제기했으며, 우리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에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 이 사실에 대해서 계속 협조를 촉구해 왔다"면서다.
이와 관련,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주중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중국 측에 요청했지만 아직 사실 확인을 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한덕수 총리가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회담했을 당시 "탈북민 강제북송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 끝나자 대거 북송
앞서 복수의 북한 인권단체는 "중국 당국이 랴오닝 성 단둥, 지린 성 훈춘·투먼·난핑 등 여러 지역에서 수감 중이던 탈북민 600명을 강제 북송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이목이 쏠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 폐막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탈북민 대거 북송에 나선 셈이다.
앞서 코로나19 기간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지난 8월부터 해외 체류 주민의 귀국을 허용하면서 곧이어 재중 탈북민이 대거 북송될 거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 11일 "통일부는 아시안 게임 직후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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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향해서도 '인권' 목소리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가치 외교'를 표방하며 국제 규범에 반하는 중국의 인권 유린 행위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10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을 토의하자는 결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게 대표적이다. 이번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해 통일부 차원의 입장 발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중국 측에 "국제 규범 위반"을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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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월경자' 입장 지속
다만 중국은 "탈북민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북송 사실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관련 질문에 "중국은 법치국가로 법률에 따라 '불법 이민자' 관리를 수행하고,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출입국 관리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제사회는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서 중국을 향해 국제법상 난민의 강제송환을 금지하는 규칙인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을 따를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중국은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며, 중국 법을 위반해 질서정연한 입출국 절차에 해를 끼쳤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번 북송 사태가 한ㆍ중 관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중국 당국이 이번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에 걸쳐 재중 탈북민을 송환할 경우 양국이 대립하는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재로선 양국이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며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가운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은 북ㆍ러 밀착 구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북한과 민감한 분야에서 얽히는 데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이번 북송 사태가 대대적인 인권 문제로 불거지는 것이 굉장히 불편할 것"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도 한ㆍ중 회담,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등을 추진하면서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관리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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