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쩐의 전쟁'…일본, TSMC 지원 등에 30조원 더 퍼붓는다
일본이 잃어버린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약 30조원을 추가로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추경 예산안에 반도체 지원 관련 예산으로 3조3550억엔(약 30조220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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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만 TSMC에 또 지원금
이번 경제산업성의 반도체 지원금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TSMC에 대한 지원금이다. 대만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로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이미 첫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TSMC를 이곳에 유치하면서 일본 정부가 투입한 지원금은 4760억엔(약 4조3000억원)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여기에 9000억엔(약 8조1000억원)을 더 주기로 했다. 이유는 두 번째 공장에 있다. TSMC가 구마모토에 계획하고 있는 두 번째 공장은 투자액만 약 2조엔(약 18조원) 규모에 이른다.
닛케이는 이곳에서 TSMC가 6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12나노라고 전했다. 오는 2024년 여름께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는 소니 등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TSMC의 공장 두 곳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뒤 오는 2037년 무렵엔 공장 유치로 인해 생겨나는 세수 수입이 지원한 보조금을 넘어설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당장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지만, 본격 가동에 들어간 지 10년 만에 보조금을 뽑아내는 ‘남는 투자’가 된다는 설명이다.
‘쩐의 전쟁’에 합류한 일본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홋카이도(北海道)에 공장을 짓기 시작한 라피더스에도 5900억엔(약 5조3000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 등 일본 산업을 대표하는 8개 기업이 뭉쳐 지난해 8월에 만든 신생 반도체 회사다. 이제 갓 설립된 지 한살 밖에 안 된 회사지만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 밖에도 소니 그룹에 대한 이미지 센서 증산(3100억엔), AI(인공지능)용 반도체 설계 지원(1000억엔) 등에 추가 지원을 하기로 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대규모 지원책을 준비하게 된 데엔 미국과 유럽의 보조금 지원 열풍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올 연말부터 약 8조엔(약 72조원) 투입에 들어가고, 유럽 역시 6조엔(약 54조원)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년간 2조엔(약 18조원)이란 돈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입하려 했던 일본 입장에선 경쟁국들의 앞선 동향에 가만있을 수는 없었단 해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TSMC와 인텔이 유럽의 보조금을 받아 독일 등지에서의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같은 규모의 예산으로 국내로의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보조금 경쟁, 왜 벌어질까
일본 등 각국이 경쟁하듯 지원금을 늘려가는 배경엔 ‘경제 안보’가 작용했다.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와 AI, 첨단 무기까지 반도체 없인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 큰 이유다.
마이니치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AI에 쓰이는 반도체 생산의 80%가 대만과 한국에 몰려있다면서 중국이 대만 통일을 위해 군사력을 행사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위기감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설계하고, 대만과 한국이 생산하는 분업 구조가 더는 지속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 일본 정부가 보조금 경쟁에 참여하고 나선 이유란 설명이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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