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처음부터 민간 인질 노렸다"…'그날의 작전문서' 입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새벽 기습' 당시 무장대원들이 휴대했던 지도와 문서를 이스라엘 군이 입수해 분석 중이라고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숨진 하마스 대원들의 시신에서 발견된 이들 문서에는 민간인 마을에 대한 침투 경로, 이스라엘군의 위치, 이스라엘 주력 전차의 약점과 공략법까지 기술됐다. WSJ은 이들 문서를 근거로 하마스가 사전에 철저한 정보 수집을 거쳤으며, 처음부터 민간인 공격과 인질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서는 아랍어로 ‘일급비밀(Top Secret)’이란 제목이 붙은 14장 분량의 작전 문서다. 문서엔 가자지구 접경 마을인 메팔심 키부츠(농업 공동체)에 침투해 주민들을 인질로 잡는 작전이 담겼다. 목표는 항후 협상을 위해 마을에 있는 민간인 중 인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서엔 구체적인 임무도 나와 있었다. 대원 5명과 지휘관 한 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작전을 개시한다. 한 팀이 마을을 보호하는 울타리에 구멍을 뚫고 돌격하는 사이 다른 한팀은 원거리 사격으로 지원한다고 명시됐다. 이 문서엔 메팔심 키부츠의 항공촬영 사진과 상세한 마을 지도가 첨부됐다.
하마스 대원들이 분 단위로 세밀하게 계획해 침투했다고 추정할 만한 내용도 포함됐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도착 소요 시간까지 예상했다. 문서엔 메팔심 키부츠 인근에 주둔한 이스라엘군이 3~5분 이내에 올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지난 7일 이 작전대로 메팔심 키부츠는 하마스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마을 주민인 타미르 에레즈는 “마을 자위대원들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아무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WSJ에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숨진 하마스 대원들의 시신에서 이들 문서를 발견했다. 가자지구 인근의 오파킴 마을에서 사살된 하마스 대원들에게서도 지형지물을 상세하게 정리한 문서가 발견됐다. 이 문서에도 민간인 거주 지역, 유대교 회당, 유치원까지 특정됐다. '북부 소대의 경로'란 제목의 마을 위치를 따라 붉은 점선을 그린 지도도 나왔다.
이스라엘군의 약점을 파악하고 분석한 내용도 확인됐다. 이스라엘 측이 입수한 문서 중엔 종이 한장에 8가지 유형의 이스라엘군 장갑차 사진이 첨부된 것도 있었다. 해당 장갑차의 위치와 이를 무력화할 폭발물까지 특정했다. 이스라엘군의 전차 메르카바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선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스라엘 무기를 상대한 경험 부족을 우려하며 “50m 거리에서 공격해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적혀 있었다.
이처럼 상세한 작전 계획서는 얼마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음을 보여준다. WSJ은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과거에 했던 어떤 계획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계획에 가까운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하마스 군부 대변인 아부 우바이다는 “이번 공격 계획은 2021년부터 기획됐다”라며 “우리가 계획했던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자료들을 속속 입수해 하마스의 계획을 파악 중이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하마스 정예 누크바 부대원들에게서도 문서가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남부 최초 대응팀(South First Responders)은 하마스 대원들의 시신에서 발견된 지도, 이스라엘군 부대 정보, 이동 경로 등을 수집하며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며 동시에 이스라엘군에 전달하고 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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