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가 이렇게 아름답구나…손글씨대회 수상작 보니
디지털 시대 '악필' 문제 환기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이 익숙해지면서 어린이들의 '악필'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번에 열린 교보손글씨대회에 역대 최다 응모자가 참여해 화제가 됐다.
최근 교보문고는 제9회 교보손글씨대회 으뜸상 수상자로 우선아 씨 등 10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교보손글씨대회는 손글쓰기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손글쓰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손글쓰기문화확산캠페인'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심사위원 유지원 타이포그래퍼는 우 씨의 손글씨에 대해 "오른쪽 끝이 경쾌하게 들린 모습에서 글씨를 쓰는 기쁨이 느껴진다"며 "글줄들의 리듬감이 지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작은 방울이 모여 커다란 방울을 만든 듯한 인상을 준다"고 평했다.
우 씨는 "글씨에 대해 매력을 느꼈던 건 독특하고 멋스러운 아버지의 필체 덕분이었다"며 "처음으로 참가한 교보손글씨대회에서 큰 성과를 얻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으뜸상 수상자인 유선옥씨는 "한 획 한 획 한 글자씩 글씨를 써 내려가며 모든 잡념을 버리고 집중하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에 대한 재발견의 기회가 된 듯하다"고 했다.
심사위원단은 심미성·독창성·가독성 등 세 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해 으뜸상 10점, 버금상 20점을 선정했다. 올해는 1만4739명이 응모해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했으며, 3세 어린이부터 93세 응모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으뜸상 최고령 수상자는 59세의 오민선씨가 차지했다. 오 씨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무척 기쁘다"며 "유아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저에게 배우는 아이들만이라도 손글씨로 우리 한글을 바르게 쓰면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으뜸상 최연소 수상자는 8살의 유지원과 송유하다. 유 씨는 "뿌듯하고 기쁘다. 이렇게 상을 받게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송 씨는 "좋아하는 책의 한 부분을 손글씨로 써보는 게 즐거웠다. 경필체를 바르게 쓰는 법을 알려주신 리라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고운 마음을 담아 손글씨를 정성껏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글씨 낯설어진 어린이들…일부 나라는 탈 디지털화 추진
한편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종이에 손글씨를 쓰는 일이 줄어들면서 악필인 어린이가 부쩍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소아 전문가들은 전자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면 연필을 쥘 수 있는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의 영국심장재단 소아 전문 치료사 샐리 페인 책임자는 2018년 "10년 전과 달리 어린이들이 손 근육과 손재주를 단련하지 못한 채 학교에 입학하고 있다"며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연필을 가지고 오긴 하지만 근본적인 손 운동 기술이 없어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필을 움켜잡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소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며 "지금의 아이들의 그러한 소근육 운동을 개발할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 왕립직업치료사대학(RCOT) 카린 비숍은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고 어린이들도 자라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많겠지만 어린이가 능동적으로 육체 활동하지 않고 집 안에서 전자기기를 더 사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국가들은 종이책을 읽고 손글씨 쓰는 걸 강조하는 등 디지털 기기 수업에 제동을 거는 추세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학생들의 읽기 능력 등 기초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웨덴의 경우 유치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한 기존 방침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 등 여러 나라는 '필기체 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지정하거나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등 탈(脫)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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