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함께하며 대자연과 융합한 한국 샤머니즘... "전통문화의 미래 지킬 것"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2023. 10. 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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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 박물관 개관 10주년 포럼·공연·전시 등 기념행사 열려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샤머니즘 개관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열린 서울천신굿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자리 잡은 샤머니즘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포럼과 공연, 전시가 금성당에서 진행됐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기념행사에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샤먼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을 비롯해 인도 오디시 춤 공연, 몽골 샤먼굿, 서울 천신굿 등이 펼쳐졌으며 인도 사우라 페인팅과 몽골 샤먼유물 전시도 진행됐다. 

포럼 기조발제는 양종승 샤머니즘 박물관 관장, 로렐 켄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인류학과 겸임교수(미국자연사박물관 동양부장), 다이에나 리볼리 그리스 판테이온대학교 사회인류학과 교수가 맡았다. 

"한국 샤머니즘, 인류 문화 발전에 역할 할 것" 
 
 2023 샤머니즘 축제에서 기조발제를 진행하고 있는 양종승 샤머니즘 박물관 관장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양종승 관장은 "샤머니즘의 역할은 인류를 치유한 최초의 의술로 대자연과 융합하고 생태계 질서를 유지케해 삶의 방식을 윤택하게 하는 신앙"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삶의 도덕성, 윤리성을 샤머니즘을 통해 찾게 되고 샤머니즘은 상당한 도덕 윤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머니즘박물관 역할에 관해서는 "유물 수집과 보존·전시에서 샤머니즘 조사·연구·공연·교류 등으로 확대되었고 앞으로도 이 박물관을 통해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예술의 독창성 등을 찾게 되기 때문에 이 박물관의 유지와 존속은 인류 문화 발전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무속신앙의 한 면은 우리의 전통문화이고 또 다른 한 면은 미신이라는 굴레에 씌어 있다. 과거 민중을 대변했던 샤먼들이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고통과 역경을 겪었고 이 곳 금성당도 샤먼들의 슬픔과 아픔을 기도를 통해 해소하고 승화시키는 장소로서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2023 샤머니즘 축제에 참여해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로렐 켄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인류학과 겸임교수(미국자연사박물관 동양부장)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로렐 켄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인류학과 겸임교수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한 시베리아 샤먼에 관한 이야기와 로커슨 민속학자의 무속 유물 수집에 관한 사례를 설명했다. 샤머니즘 박물관의 의미와 책임에 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샤머니즘 박물관이 살아있는 종교적 전통 속에서 사물을 맥락화하고 그 사물이 대표하는 공동체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보존하는 박물관 관행의 모델"이라며 "샤머니즘 박물관은 유물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유물에 담긴 이야기들을 좀 더 구체화하고 이것의 가치를 높이고 그 의미와 중요성을 보존하는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3 샤머니즘 축제에 참석해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다이에나 리볼리 그리스 판테이온대학교 사회인류학과 교수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판테이온대학교 교수이자 국제 샤머니즘학술연구학회(ISARS) 회장을 맡고 있는 다이에나 리볼리는 "1991년 7월 국제무속연구학회 제1차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20개국의 참가자들의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동서양의 동료를 만나는 큰 성과를 거뒀다. 2016년 학회를 갱신하고 '국제샤머니즘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이는 세계화, 환경·생태 파괴, 기후 변화, 문화적 회복력과 저항, 인권 문제와 관련해 샤머니즘을 연구해야 하는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이어 네팔, 말레이시아 등의 연구조사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식민지 정책 및 이데올로기, 유일신 종교와의 충돌 상황과 서구 사회에서 토착 샤머니즘 철학과 생태 우주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 샤머니즘이 부상하는 흐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중 인지도와 방문율 높이면, 유명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어"
 
 2023 샤머니즘 축제에서 진행된 포럼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샤머니즘 박물관의 발전 방향성과 역할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데이비드 메이슨 전 세종대 교수는 샤머니즘 박물관의 접근성과 개방 시간을 개선하고 박물관의 대중 인지도와 방문율을 높여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한국 관광 명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관사, 삼천사 등 인근 불교 사원들, 아름다운 은평 한옥마을, 북한산성과 인근 산으로 진입하는 입구 등 은평구를 관광지로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이는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고 샤머니즘 박물관은 이런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메이슨 교수는 "5년 동안 문화관광부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국내외 관광에 샤머니즘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사실이 의아하다. 산신은 다채롭고 역동적이며 세계의 모든 사람이 감상할 수 있는 깊고 심오한 영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리오라 쌀파티는 "샤머니즘 박물관은 다양한 양식의 한국 무속의 제단과 유물을 전시하는 유일한 시설이며 양종승 박사의 오랜 노력을 통해 국가문화 유산으로 지정 및 보존되어 온 유서 깊은 사당 내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철거될 위기에 놓인 금성당을 양종승 박사와 언론인들, 사적지 보존을 전담하는 비정부기구들이 힘을 합쳐 지켜냈다. 개발과정에서 금성당을 지키려는 이들과 건설 책임자 간의 갈등이 있었고 만신들이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지만 2015년 샤머니즘 박물관 재개관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전했다. 

리오라 쌀파티 교수는 "샤머니즘 박물관은 학술 전시와 살아있는 전통 공연 장소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양종승 박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금성당이 신성한 장소로서 지속적인 기능을 하는 동시에 학계와 긴장을 조성하지 않고 학문적 탐구의 장이 될 수 있었다"며 샤머니즘 박물관의 의미에 대해 전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이건욱 전시운영과장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면 한국 무속을 알아야 한다. 무속 안에는 한국인의 세계관과 인생관, 예술관 등 긴 역사 속에 쌓아올린 우리의 문화가 담겨있다. 세계적인 관심의 받고 있는 한국문화의 뿌리도 한국무속의 확장판"이라며 "샤머니즘은 인류문화의 근간으로 샤머니즘의 발전을 위해서는 박물관이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박물관과 연구기관이 국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연구자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속인들도 무업을 홍보하는 단계를 넘어 왜 무속이 한국 문화의 원형인지 공부하고 한국 무속이 가진 치유의 의미, 사회통합의 원리를 소개한다면 개인의 어려움을 치유하고 상담하는 역할에서 전통문화의 미래를 지키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몽골 샤먼의례와 서울 천신굿

이번 샤머니즘 박물관 축제에는 인도 민속춤 '오디샤' 공연과 몽골 샤먼의례와 서울천신굿이 진행됐다. 
 
 2023 샤머니즘 축제에서 진행된 몽골 샤먼의례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몽골 샤먼의례는 샤먼이 직접 음악을 연주하며 시행했는데 북(헹게렉)과 구금(호르)를 사용한 의례가 진행됐다. 우리의 무속 의례가 상당히 발전된 형태의 춤과 노래 등으로 변화된 데 비해 몽골 샤먼의례는 상당히 원초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20kg이 넘는 샤먼 의상을 걸치고 한쪽 면이 짐승 가죽으로 감싸져 있는 북을 두드리며 의례를 진행했다.  

이어 진행된 서울천신굿은 신이나 조상에게 천신(薦新)하는 의례에서 이어져왔으며 풍성한 나물과 햇곡식과 햇과일을 신에게 바쳐 은덕에 감사하고 소망을 기원하며 성대한 악가무극의 의례를 펼쳐 신명을 돋우는 굿이다. 천신굿은 신을 부르고 모시고 놀리고 보내는 4단계 의례로 행해진다. 서울굿은 한양굿이라고도 부르는데 각심절제, 노들제, 구파발제가 있으며 신복이 화려하고 우아하며 신악과 신가가 서울의 민속악과 관련이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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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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