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도 없는 곳에 ‘몰수한 마약’ 보관… 마약 관리 사각지대 논란

이해림 기자 2023. 10.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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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10억 원 상당의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 5종을 금고 밖에 보관하던 춘천시보건소에서 마약 분실 소동이 발생했다.

김영주 의원은 "몰수 마약류 분실·도난 시 대형 마약범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금고·CCTV·24시간 경비가 없는 보건소가 많아 관리 체계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임이 드러났다"며 "이미 춘천보건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이번 기회에 몰수 마약류의 보관·처리·폐기에 관한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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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 6월, 10억 원 상당의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 5종을 금고 밖에 보관하던 춘천시보건소에서 마약 분실 소동이 발생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보건소의 몰수 마약류 보관·관리·폐기 실태를 점검한 결과, 보건소의 몰수 마약류 보관 체계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압류한 필로폰·대마·코카인 등이나 병원·약국에서 사용기관이 지난 의료용 마약류는 보건소에서 보관하거나 폐기한다. 이를 몰수 마약류라 한다. 몰수 마약은 분실·도난 시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엄격한 보안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관리해야 한다. 법적으론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식약처 소관 ‘몰수 마약류 관리에 대한 규정’에 의하면, 몰수 마약은 분실·도난·훼손되지 않도록 이동이 어렵고 쉽게 파괴할 수 없는 이중의 잠금장치가 된 철제금고나 이중철제 보관함에 보관해야 한다.

김영주 의원이 전국 보건소의 몰수 마약 철제금고 혹은 철제보관함 소유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금고 자체가 없거나 부적절한 곳에 보관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강원도 영월군 보건소는 금고가 아닌 업소용 냉장고에, 강원 홍천군 보건소와 경기 화성시 서부보건소 등은 목재 캐비닛에 몰수 마약을 보관하고 있었다. 전북 장수군, 충북 보은·옥천·증평, 충남 계룡·부여·서천, 강원 홍천·영월 보건소에는 금고가 없었다.

몰수 마약을 보관하는 보건소 절반 이상에 CCTV나 24시간 감시 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보건소에 보관하는 몰수 마약은 수천만 원에서부터 수백억대에 달할 수 있어 도난 위험이 크다. 그럼에도 사실상 도난에 무방비한 상황인 것이다.

현행 ‘몰수 마약류 관리 규정’엔 감시 시스템 설치와 부실 보관·관리 처벌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에 김영주 의원은 몰수 마약류 관리 규정을 대폭 개정하고, 보관장치의 규격을 통일하는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24시간 경비 인력이 없고 보안이 상대적으로 약한 보건소에 몰수 마약을 보관하는 것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수 마약의 관리·처리 권한이 지나치게 세분된 탓에, 어느 기관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마약 몰수는 검찰, 몰수 마약 관리는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의 처분 상황을 보고받고 감독하는 것은 식약처다. 이처럼 역할과 권한이 나뉘어 있으면 각 기관의 관심 부족 속에 누락되는 몰수 마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의 감독이 부실한 것도 문제다. 김영주 의원이 몰수 마약류를 관리·처분하고 이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감사 또는 조사를 시행한 적 있는지 식약처에 질의하자, 최근 5년간 실시한 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영주 의원은 “몰수 마약류 분실·도난 시 대형 마약범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금고·CCTV·24시간 경비가 없는 보건소가 많아 관리 체계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임이 드러났다”며 “이미 춘천보건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이번 기회에 몰수 마약류의 보관·처리·폐기에 관한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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