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무기 전시회'라는 허울... 당신이 몰랐던 사실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박람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가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됩니다. 민주 시위를 탄압하고 국내외 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참가합니다. 2013년부터 무기박람회 반대 활동을 해왔으며, 2023년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 하고 있는 '아덱스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글 여덟 편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오리(전쟁없는세상)]
"떨어지는 폭탄, 발사되는 총알은 모두 어딘가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그것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Smash EDO
내가 새내기 반전평화활동가였을 시절, 나에게 반전평화운동은 전쟁을 멈추라며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행렬을 의미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차례로 공격했을 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은 내게 곧 반전운동이었다.
하지만 그 시위가 어떻게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어떤 원리인지 딱히 고민해 본 적은 부끄럽지만 없었던 것 같다. 이후 반전평화활동가로 성장하면서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나가면서 "전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전쟁이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듯, 평화 역시 일상적인 노력의 결과물 ('전쟁없는세상'의 선언)"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지만 이 선언을 어떻게 캠페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어떻게 전쟁을 막을 것인가
전쟁없는세상의 첫 캠페인이었던 병역거부캠페인은 '아무도 전쟁터에 나오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반전운동의 논리를 가지고 출발한 운동이다. 'Smash EDO'(미국 무기회사 EDO를 박살 내자) 캠페인*의 선언문 역시 비슷한 운동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현대의 전쟁은 무기 판매나 이전 없이는 거의 일어날 수 없다. 부자 나라에서 만들어 가난한 나라로 판다.
따라서 전쟁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전쟁에 공급되는 무기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을 막는 것이 반전운동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전쟁이 시작되는 다양한 장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
ⓒ 전쟁없는세상 |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인간 방패를 자처하며 이라크로 향했던 평화활동가들, 팔레스타인 가옥을 부수는 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를 막아선 활동가 등 우리는 파괴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동들을 알고 있다. 파괴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저항의 형태가 이렇듯 좀 더 직접적이고 실제 무언가를 당장 막는 행위들이 많다.
▲ 한국산 최루탄 바레인 수출 저지 투쟁 |
ⓒ 전쟁없는세상 |
결정의 장소는 모든 전쟁과 군사 행위를 결정하는 곳이다. 현대 국가에서는 입법, 행정, 사법의 다양한 기관들이 시민들의 뜻과 관계없이 이 모든 결정을 내린다. 사진은 2014년 3월 국회에서 바레인워치 활동가들과 함께 바레인으로의 한국산 최루탄 수출을 통제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액션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군사 분야는 국가가 모든 결정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부나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이 많다.
▲ 확산탄(집속탄)금지 운동 |
ⓒ 전쟁없는세상 |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장소이다. 군용 차량, 함정, 항공기, 각종 포, 총, 로켓, 미사일 등 직접적 무기 및 장비에서부터 군용 차량, 함정, 항공기에 들어가는 각종 장비 및 장치, 신소재, 부품까지 다양한 공장들이 전쟁을 잘 수행하기 위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돌아간다.
사진은 2010년 4월 집속탄(확산탄)을 생산했던 한화 본사 앞에서 했던 액션이다. 당시 한화는 세계 8대 집속탄 생산기업이었는데 현재는 이러한 비판으로 집속탄 관련 사업을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로 매각했다. 논산에서는 최근 이 KDI의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 행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 무기박람회 저항운동 |
ⓒ 전쟁없는세상 |
무기박람회가 판매의 장소라는 것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 하다. 무기박람회는 점점 더 무기거래를 위한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기박람회는 무기 판매상들이 각 나라의 군 대표단, 정부 관계자를 만나 수주계약을 하고 다른 무기회사 및 수많은 개인 방문객을 만나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신판 무기들은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이며 무기 구매자들이 실물을 직접 보고 검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얼핏 보기에는 다른 많은 무역박람회와 비슷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전시되는 물품들의 대부분이 죽이고, 부상을 입히고, 불의를 집행하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무기박람회의 초청자 명단에는 인권을 유린하는 정권과 무력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가들이 자주 포함된다. 물론 이 시장을 열고 불편 없이 무기들을 사고팔게 하기 위해 우리 세금이 쓰인다.
▲ 한화리조트 홈페이지 |
ⓒ 한화리조트 |
위의 사진은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기업인 한화에서 운영하는 수족관 홈페이지 화면이다. 돌고래를 전시하는 수족관에 가지 말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었는데 이처럼 방산기업들이 하는 사업 중 소비자의 입장에서 거부할 수 있는 행동의 포인트들이 찾아보면 꽤 있다.
▲ 전쟁교육 반대 캠페인 |
ⓒ 전쟁없는세상 |
위의 사진은 2014년 10월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전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군 나라사랑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방부의 학생 안보교육 영상 비공개 결정에 대한 취소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기자회견과 액션 사진이다. 군사화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렇듯 교육, 문화, 게임, 언론 등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를 이용해 공고화된다.
2023 아덱스
그리고 올해도 아덱스가 돌아왔다. 그러니 아덱스 저항행동도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올해는 더 다양하고 더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함께해서 무기박람회, 무기 거래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더 크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쟁없는세상 이외에도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는 아덱스 저항행동이 주최할 이벤트는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아덱스가 개최되는 주간에 다양하게 열리는데 특히 올해는 아시아 국가로의 무기판매, 에어쇼가 기후위기에 끼치는 영향 등에 관해 강조하게 될 예정이다. 독자들을 위해,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예정된 몇 가지 액션들을 공유한다.
1. 16일 저녁 환영만찬 액션
전 세계의 무기 판매상들과 무기 구매자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보통 행사를 진행하는 첫날 저녁 서울의 모처 호텔에 모여 저녁을 함께 하며 교류를 한다. 올해 아덱스 공식협력업체 명단에 4곳의 호텔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한 호텔에서 만찬이 열릴 예정이다.
2. 19일 오전 '아시아 디펜스 마켓 브리핑' 세미나 감시 액션
한국 정부가 아시아 지역을 방산수출을 위한 시장으로 보고 이를 진흥시키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전쟁없는세상의 20주년 행사에서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는 외교부가 주관한 한국산 무기 수출 행사에 주한 미얀마 대사를 초청한 것에 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 미얀마 군부는 2021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해 지금까지도 계속 민간인들과 민주 인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격과 공습, 체포와 구금, 사형 집행 등 반인도적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비단 미얀마뿐만 아니라 태국, 스리랑카, 웨스트파푸아 등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 무기를 팔면서 마치 국가 경제에 큰 이익이 있는 것처럼 밝혀왔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에서 무기 수출은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수익성이 높지도 않고 전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액션에 아시아 인권 관련 연대를 하고 계시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3. 21일 에어쇼 액션
아덱스 에어쇼(곡예비행)는 17일부터 22일까지 매일 열린다. 에어쇼는 대규모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고 쇼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기로 한 도시가 속속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은 아덱스 행사장 부스에 방음실을 설치할 정도로 소음 문제 등 탄소배출 이외의 부작용들도 많다. 아덱스 저항행동은 일반관람객들이 에어쇼를 보러오는 21일, '기후데이'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액션을 준비 중이다. 기후운동에 함께 하는 많은 개인과 단체의 참여를 기다린다.
4. 기타
아덱스 개최와 운영을 책임지는 서울 ADEX 운영본부, 국방부, 방위사업청에 항의하기 위한 '팩스탄원', 전쟁없는세상과 피스모모 등 개별단체에서 계획 중인 액션 등 다양한 이벤트에 함께 할 수 있다.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창의적인 액션을 기획할 수도 있다. 반전과 무기거래, 무기박람회에 관한 간담회나 토론회, 강연회를 개최하고 책모임을 갖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하는 것은 미래 무기박람회를 폐지하기 위한 발걸음에 큰 힘이 된다. 혹시 성남시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성남시에 더 이상 이 에어쇼를 후원하지 말 것을 요청해도 좋겠다.
(우크라이나 등 전쟁지역에) 떨어지는 폭탄, 발사되는 총알은 모두 어딘가에서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또 한국의 아덱스와 같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거기가 전쟁이 시작되는 곳이다. 따라서 우리의 반전운동은 거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2023 아덱스저항행동 참가 신청하기
*EDO는 미국의 무기회사인데 영국 브라이턴에 자회사를 두고 있었다. 브라이턴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이 회사가 중동에 무기를 공급하는 핵심 연결고리라고 파악하고 2004년 이후 이 회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해오게 된다. 그러다가 2008년 이스라엘의 Cast Lead 작전으로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학교와 병원 등 여러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팔레스타인 사람 수천 명이 집을 잃게 되자 이들은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이스라엘로 향할 무기들을 부수기로 결의하고 2009년 1월 17일 무기 공장에 들어가 하루 종일 수십만 파운드 상당의 무기들을 부쉈다. EDO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캠페인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이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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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쟁없는세상 오리 활동가이며, 이 글은 단체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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