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의 발 마을버스, 어르신에게는 높은 계단이 아쉬워

완도신문 김남희 2023. 10. 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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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대부분 연로한 분들... 몸·다리 불편해 아슬한 순간도

[완도신문 김남희]

 마을 버스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 완도신문
근면하고 성실하게 달리면서 정해진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달리며 폐차될 때까지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이 마치 우리 인생과 참 많이 닮아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2022년에 출간된 <마을버스 타고 간다>라는 책을 보면서 가족을 위해 꿈을 접고 열심히 일해 온 평범한 가장이 50세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며 제2의 인생을 마을버스로 세계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소재가 낡은 마을버스라는 점에서 참 신선하고 친근함까지 느껴졌었다. 저자는 수시로 마주하는 시련과 고비를 하나씩 넘으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여 기어코 지구 한 바퀴를 일주하는 데 성공을 한다. 

저자의 버라이어티한 인생스토리가 마을버스의 운명과도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늘 가까이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실어 나르면서 언제나 묵묵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 마을버스.

 
 버스에서 만난 어르신
ⓒ 완도신문
마음속 깊숙히 간직된 옛날의 마을버스 추억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아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버스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한 것 같다. 

집에 오고 가며 맨 뒷자리에서 공부도 하고, 피곤할땐 자기도 하고,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웃기도하고, 바깥풍경을 보며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속상할 때는 남몰래 흐느끼며 울기도 했던 희노애락을 다 함께 해준 그런 곳이 바로 마을버스였다. 마을버스는 나에게는 운송수단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안겨줬던 참 편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이런 마을버스가 요즘엔 무료로 운행을 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한 번쯤은 버스로 완도 일주를 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때마침 추석을 앞두고 시간을 내어서 지인과 함께 마을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마을버스를 타기위해 도보로 걸어가는 느낌조차도 참으로 좋았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가을바람이 살랑 살랑부는 바람님 덕에 옛추억으로 잠시 타임머신 타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묘한 기분까지 들었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정류장안의 모습도 참 많이 달라졌지만, 버스가 3분안에 도착한다는 음성메세지가 들려올 땐 참 신기하기도 했다. 정류장 안에 스마트한 시설이 되어있어서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가 있는 것이다. 항상 차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걷는 시간도 거의 없이 우물안에 개구리처럼 오히려 시대가 변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 것 같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앉아계시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했는데 일면식도 없는데도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버스안에 공기가 금새 훈훈해 졌다. 

이 분위기를 살려서 내 옆자리에 앉아계시는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기를 시작했는데 무료 마을버스를 이용 하시닌까 어떠세요? 라고 여줘봤더니 "말이 필요없이 좋지~ "라며 환한미소로 웃으시면서 대답해주셨다. 천원씩 내면서 탈 적에는 고민하면서 버스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 없이 언제나 편하게 이용하닌까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안되어서 정말 좋다고 하셨다. 

천원의 행복이 어떤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어르신께서는 "미안하지~"라는 말씀을 해 주셔서 왜요?라고 질문을 드렸더니 돈 안내고 공짜로 타닌까 미안하지라고 말씀하신게 아닌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는데 이렇게 천원의 행복을 드린 것 뿐인데도 고마워서 미안해하시는 모습에 무료 마을버스가 천원 그 이상의 가치와 행복을 나눠 주고 있구나 라는 기분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이지만 함께 버스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용하는 대부분의 연령대가 연로하신 분들이 많으셨고 그렇다보니 하나같이 몸이 불편하고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때마침 한 어르신께서 힘겹게 올라 타시면서 하신 말씀이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계단이 높아 조금만 낮으면 참 좋을텐데라고 힘듬을 호소하셨다. 

그것도 그럴것이 탈 때는 옆에 손잡이가 있어서 잡고 타보지만 내릴 때는 짐도 있는 상황에 손잡이도 없이 불편함 몸으로 높은 계단을 내릴 때면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중년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높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어르신들은 오죽 더 그럴까 싶었다. 이렇듯 불편한 진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메아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라는 개인적인 바램도 가져보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마을버스로 자리매김하겠다라는 기대감도 있으면서 동시에 초고령화시대에 진입하는 시점에 이제 마을버스는 이동수단을 넘어 없어서는 안 될 늘 가까이서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효도 버스임에는 틀림없다.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어린 시절을 지나간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마을버스를 안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마을주민들의 소확행은 이제 마을버스로부터 이미 시작된 것 같았다. 

아주 오랜만에 마을버스를 타면서 좋은 리더. 좋은 정치는 바로 주민들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민들의 표정만 봐도 알수 있는 것이 바로 좋은 정치 척도인 것 같다. 

오늘 만나본 사람들의 표정에는 맑음이었다. 이런 유쾌한 좋은 소식들이 계속해서 첼린지 되어 완도땅에 깊게 뿌린 내린다면 살기좋은 대한민국의 일번지가 완도가 되는 날은 멀지 않을 것이다.
 
 김남희 스마트치유센터 대표
ⓒ 완도신문
이 기분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  마을버스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 청소년수련관의 이춘복 원장님을 다음 탑승자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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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남희 스마트치유센터 대표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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