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평론가에서 작가로, 또 연출가로…"딜레마 포착하는 연극 꿈꾼다"

김희윤 2023. 10. 13. 12: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극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 극단 난희 김명화 연출
연극평론가 겸 극작가로 활동, 연출까지 1人 3役
현대인에게 위로 건네는 작품, 코로나로 4년 만에 재연

"목련이 필 때면 처음 마신 술을 떠올리고 꽃이 질 때면 옛사랑을 기억하리"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 겸 바, 젊은 연극인들이 운영하는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디오니소스 신화와 관련된 별명으로 호명한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이곳에 자신만의 상처를 가진 손님들이 한 명씩 찾아오고, 이들은 술을 한 잔씩 마시며 취기를 빌려 이야기를 나누고 연극을 보며 실랑이를 벌이다, 급기야는 자신을 파괴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술과 연극의 신, 디오니소스는 과연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김명화 극단 난희 대표. [사진 = 김희윤 기자]

연극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는 연극평론가이자 극작가와 연출가인 김명화 작가의 2019년 작품으로 신화의 요소를 현대인의 일상과 애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수작이다. 4년 만에 관객을 다시 찾는 이 이야기를 두고 김 연출은 “내가 마음이 힘들고 아플 때, 나를 위로하기 위해 썼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바람대로 작품은 초연 당시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라는 평이 이어졌고, 곧 재공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지다 이제야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김 연출은 ‘목련 아래 디오니소스’는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디오니소스 신화를 끄집어내 기존 연극적 문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이야기였다고 회상한다. 연극이 좋아 연극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그렇게 배운 문법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그는 마음 가는 대로 집필한 이 작품을 통해 자유, 그리고 위로의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연극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 [사진제공 = 극단 난희]

1994년 예음문화재단 예음상 평론상을 받으며 연극평론가로 등단한 그는 활발하게 활동 중인 1997년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로 삼성문학상 희곡상을 받으며 극작가로도 데뷔했다. 이후 ‘돐날’,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침향’ 등을 통해 극작가로 입지를 굳혀나갔다. 이내 연출에도 도전하게 된 그는 2017년 1인극단 ‘난희’를 창단하며 1인 3역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내가 20대였다면 단원들도 모집하고, 으쌰으쌰 하면서 극단을 꾸렸을 텐데, 극단을 50이 되면서 시작했다. 내가 내 인생 베스트 컨디션으로 갈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때문에 조금 더 주체적으로 연극이 하고 싶어 극단을 만들고 연출을 시작했다. 극단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1인 극단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개별 작품마다 연대하고 흩어지는 프로젝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과정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고 있다.”

그는 연극의 매력에 대해 “관객, 그 관객과 배우가 만나 에너지를 주고받고 영향을 주고받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좀처럼 재미없는 전공 수업보다 연극에 더 큰 매력을 느꼈고, 배우로 무대에 올랐지만 무대 공포증이 심해 스태프로 선회해 조연출을 했었다고 한다. “극단에서 조연출로 작품에 참여했는데 군대식 문화가 어찌나 강하던지 그 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래도 여전히 연극의 마성에 사로잡혀있었고, 대학원에서 연극을 공부하면서 이후 평론가로 등단하게 됐다.”

연극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 포스터. [사진제공 = 극단 난희]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는 그는 “살다 보면 우리가 굉장히 답을 내리기 힘든 복잡한 지점을 마주하게 되는데, 연극은 잠깐 멈춰서서 그 순간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그 혼란에 동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혼란을 인정하면서 공감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극이 아닐까 하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클로즈업을 통해 때로 관객에게 강조하고 멀리하며, 그 속도와 화면 속 이미지 크기 변화를 좇느라 관객이 멈춰서서 생각할 시간이 없지만, 연극은 그런 마력 대신 오히려 거리감 속에서 관객이 멈춰서서 생각하는 여백을 준다는 것이다. 김 연출은 그런 어떤 딜레마를 잘 포착해내는 연극을 꿈꾸며 작품을 쓰고, 관객 앞에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극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는 15일까지 서울 성북구 꿈빛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20일부터 21일까지는 부평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7일부터 28일까지는 진주 현장아트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