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손가락 살인의 시대와 법’ 외 5권
◆손가락 살인의 시대와 법=온라인상에서 사실확인 없이 타인을 비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직장 내 괴롭힘 심지어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따돌림이 자행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와 독일 형사법 박사인 공동 저자는 신속하고 효과 빠른 방법을 소개한다. 어떻게 증거를 수집할지, 고소는 형사와 민사 중 어느 쪽으로 할지 등 상황별 대응책을 전한다.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인 것은 사람마다 모욕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판결 역시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비난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유무죄가 갈리기에 어떤 상황이 ‘죄’가 되는지 판례를 쉽게 소개한다. (류여해 외 1명 지음·실레북스)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금껏 그래왔고 이런 기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경제 상황이 다변화하면서 기존의 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부동산, 환율, 금리 등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중국의 거침없는 성장세는 3%대에 겨우 머물면서 위기감을 자아내고 있다. 저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가 필요하다며, 대안 마련에 도움이 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대만이 어떤 계기로 지금과 같은 반도체 강국이 되었는지, 사우디가 왜 네옴시티 같은 거대 프로젝트에 집착하는지, 홍콩은 어떤 환경을 구축한 까닭에 세계 최대의 금융 산업 중심지가 되었는지, 패권국이 왜 지금 그린란드에 주목하는지, 아프리카 정부는 왜 가상화폐로 기존 화폐를 대체하려 하는지 등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전한다. (박정호 지음·반니)
◆오래 보고 싶었다=풀꽃 시인 나태주와 웹툰 작가 다홍이 함께한 만화시집이다. 책은 시인이 끔찍이 아끼는 손녀 아영과의 추억에서 시작한다. 서너 살 무렵, 꾀죄죄한 얼굴로 시인 할아버지에게 풀꽃 반지를 선물했던 아이. 시인은 초등학생이 된 아영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네 편”이라고 응원하고, 질풍노도 시기의 아영에겐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라고 위로한다. 결혼해 아이를 낳은 아영에겐 “여전히 예쁘고 귀엽단다”라고 미소를 건넨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시를 만화책으로 내는 것이 로망이자 버킷리스트였다고 고백한다. 그의 로망 실현에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웹툰작가 다홍은 이번 출간이 “지친 일상에 소소하게 위로가 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나태주 외 1명 지음·더블북)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뇌 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제는 사랑이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분석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여러 호르몬이 사랑의 감정이 발현하는 과정을 증명한다. 과학적으로 사랑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영향에 따른 화학적 신경 반응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 설렘, 두근거림, 사랑은 호르몬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의 메커니즘이 왜 유독 특정 대상에게만 발생하냐는 물음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당사자조차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물음에 6명의 저자는 문학의 관점으로 답을 찾아 나선다. 사랑이란 감정의 근원을 SF에서 찾는 이색 도전을 벌인다. (전혜진 외 5명·허블)
◆오스트랄로GPT쿠스=생성형 AI를 접하게 된 가상의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저자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AI 생활이 변화시킨 라이프 스타일과 그 이점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최초 인류를 ‘오스트랄로GPT쿠스’로 명명한다. 평범한 두 주인공이 챗GPT를 활용해 오스트랄로GPT쿠스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렸다. 챗GPT를 통해 데이트하고, 과제하고, 파티를 준비하고, 캠핑 계획을 짜고, 외국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통해 AI가 바꿀 미래를 미리 접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는 챗GPT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라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쓸모’를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송준용 지음·여의도책방)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바이러스보다는 무기력이요, 질병의 위험보다는 죽음과도 같은 권태다.” 저자는 ‘무기력’에 초점을 맞춰 ‘고립’과 ‘진짜 경험의 부재’를 경고한다. 저자는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무기력과 권태를 떨쳐내기 위해서 ‘생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집이든 방이든 밖으로 열려 있을 때만 폐의 구실을 할 수 있다”며 생각의 환기를 부르는 바람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은 세상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세상이 내게 오기 때문에 나는 세상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 저자는 화면 속 가짜 경험으로는 진짜 인생을 누릴 수 없다며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15가지 단서를 소개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인플루엔셜)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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