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이제는 돈보다 시간…명품 자랑 대신 "나 이거 해봤다"
소유서 경험으로 경제 개념 변화
분단위 약속, 반반반차까지 등장
콘텐츠 감상도 2배속은 기본
선물 고민할 시간도 아까워
친구가 담아둔 위시리스트 기웃
트렌드코리아 집필진은 ‘분초사회’를 2024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2024년을 예측한 트렌드 키워드 10개를 포괄하는 핵심 개념으로, 집필진은 ‘시간=돈’을 넘어 어쩌면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진 사회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책은 한정된 만큼 높은 가성비가 요구되는 ‘시간’을 대하는 현대인의 자세에 초점을 맞춘다. 현대인은 대체로 멀티태스킹에 능하다. TV를 보면서 잡지를 뒤적이고, 스마트폰 검색을 병행한다. ‘빨리빨리’가 한국인의 문화라고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심해져 일의 순차적인 처리를 넘어서 동시 처리에 힘쓰고 있다. 시간의 밀도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고 집필진은 분석했다.
이런 모습은 현대인의 삶 곳곳에서 관측된다. 지도 앱을 통해 목적지로 가는 최단 거리를 계산하면서, 지하철을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전동칸 위치까지 파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시간 대비 성능 효율인 ‘시성비’가 중시되면서 ‘최저가’보다 ‘최적가’가 중시되는 모습도 관측된다. 과거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기 위해 시간과 발품을 팔았다면, 지금은 그런 노력과 시간을 아껴 새로운 경험에 투자한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간’이 과시의 도구로 자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명품 시계나 값비싼 물건을 자랑하기보다, 여행지나 핫플레이스 방문을 인증하는 사진이 크게 늘었다. 집필진은 ‘소유’에서 ‘경험’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간의 밀도가 높아진 만큼 시간을 대하는 인식은 더욱 촘촘해졌다. 30분 지각은 너그럽게 용인했던 이른바 ‘코리안타임’은 옛말이 되었고, 점차 약속 시간의 범주가 ‘시’에서 ‘분’으로 압축되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의 시간 개념이 자시(子時·23시~1시), 축시(丑時·1시~3시), 인시(寅時·3시~5시)와 같이 2시간 단위로 구분됐다면, 이제는 분 단위로 구분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시차가 없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집필진은 ‘반차’를 넘어 ‘반반차’ ‘반반반차’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며 ‘단위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시간 이용이 더욱 세밀해졌다고 설명한다.
달라진 시간 개념은 콘텐츠 소비 양태도 바꿔놓았다. 영화나 책 등을 ‘정상 속도’로 즐기기보다 ‘빠른 속도’로 습득해 대화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배속’이나 ‘○○초 앞으로’ 기능이 자주 이용된다. LG U+의 IPTV 이용자 분석에 따르면 정상 속도보다 빠르게 보는 사람의 비율이 39%에 달했다. 그중 29%는 2배속이 넘는 속도로 시청했다.
과거 결말이 포함된 ‘스포일러(spoiler)’가 금기시됐지만 이제는 스포일러를 찾아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콘텐츠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재미를 발견할 확률만큼이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에 확실한 재미를 얻겠다는 강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등에서 콘텐츠 결말을 미리 확인한 후 검증된 재미를 ‘정주행(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차례대로 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비생활에서도 ‘시간’은 주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과거 선물 주고받기는 주는 사람의 예측과 받는 사람의 기대가 매칭되는 일종의 게임과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받고 싶은 선물을 카카오톡 ‘위시리스트’ 등에 공개하면서 서로의 목적을 이루는 데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측과 기대가 어긋날 실패 확률을 낮추고, 선물을 주는 쪽에서는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만 15~41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6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7%가 선물할 때 친구 위시리스트를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나도(Ditto)’라는 의미의 ‘디토 소비’와도 맥이 닿아 있다. 디토 소비는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길을 따르는 소비 행태다. 믿을 만한 사람이나 콘텐츠, 유통 채널을 정해 놓고 따르면서, 구매 결정에 필요한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기’ 하는 것이다. 집필진은 이런 시간 소비 형태가 배달앱이나 대중교통의 도착 예정 시간 안내 등의 서비스 변화를 낳았고, 그 속에 많은 비즈니스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일반 독자에게는 ‘여백의 중요성’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바쁘게 살면 뭔가 열심히 산 것 같은 뿌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깊이’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것. 집필진은 "분초사회 속 빠른 속도의 혜택 뒤로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을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례와 분석을 더한 해석이 ‘분초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분명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 | 김난도 외 10명 | 미래의창 | 416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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