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복잡하게 얽힌 중동 정세…'이-팔 전쟁' 불확실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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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격적으로 이스라엘을 기습했다.
그래서 사우디는 소위 '2개국 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별도의 국가로 공존하는 구상을 지지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하마스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결국 물거품이 됐다.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에 가세해 하마스를 지원한다면 전쟁 양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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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이란 개입 땐 더 심각
장기화되면 이스라엘 경제 피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격적으로 이스라엘을 기습했다. 이스라엘은 반격했고, 9일에는 가자 지구를 포위했다고 밝혔다. 이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가 상당하다. 오래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중동의 정세는 매우 불확실해졌다.
먼저 이 사태로 바로 영향을 받은 건 그동안 미국의 지원 하에 진행되던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노력이다.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안보협력과 민간 핵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대가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협상을 해왔다. 물론 팔레스타인 문제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우디는 소위 ‘2개국 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별도의 국가로 공존하는 구상을 지지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하마스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결국 물거품이 됐다. 일부에서는 하마스가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려고 이번 공격을 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슬람의 성지가 있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그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하지만 이번 분쟁으로 아랍인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에 동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사우디는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중단된 것은 하마스와 이란에는 큰 선물이다.
한편 레바논에 거점을 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에 가세해 하마스를 지원한다면 전쟁 양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헤즈볼라의 개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헤즈볼라와 충돌이 본격화되면 이스라엘은 남부와 북부에서 양면 전쟁을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 된다. 헤즈볼라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지에서 드론 공격 등을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의 정도에 대응해 헤즈볼라도 개입 강도를 결정할 것이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해왔던 이란도 변수다. 만약 이란이 직접 분쟁의 당사자가 되어 뛰어든다면 이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나, 미국 당국자는 이번 하마스의 침공에 이란이 직접 관여한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미국은 이란과 수감자를 교환하고 미국의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됐던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를 해제해 이란에 송금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란과 관계 개선에 힘쓴 미국으로서는 이란과 다시 냉각기로 돌아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만약 하마스 지원 등을 이유로 미국과 서방측이 이란 제재에 나선다면 이란도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하마스와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스라엘의 경제적 피해도 예상된다. 당장 이스라엘은 이미 타마르(Tamar) 가스전 운영을 중단했다. 헤즈볼라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물론 이미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 지도자들은 분쟁이 격화되지 않도록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우디-이란 화해를 주선했던 중국이 긴장 고조를 억제할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분쟁의 확대를 원치 않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번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겠으나,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여러 힘이 작용하면서 사태의 진행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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