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與 반사이익 승리 도취 경계…다음 과제는 '혁신'
대안정당으로서의 野 제시
비명계 "오만하면 죽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당 혁신에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격차로 승리했지만, 이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 민주당 자체 평가에 따른 성과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친명계 지도부가 거둔 첫 승리라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 친정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비명계 포용 문제와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 대표를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SBS라디오에 나와 "앞으로는 민주당이 어떻게 혁신하고 변화하는지 보여드리는 게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 승리를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현재의 실정에 대한 평가는 이번 선거에서 했고, 우리가 지금부터 잘할 걸 보여드려야 한다고 예고한 메시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략으로 활용한 '정권 심판론'을 총선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정권심판론 전략을 총선 때까지 밀고 가냐'는 사회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이 어떤 대안 정당인지(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가 표현은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민생·경제·안전·평화·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당의 향후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민주당 혁신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야당과의 협치, 국정 기조의 변화 등이 없다면 야당으로서 더욱 강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만약 국정 기조의 변화가 없다면 더 강력하게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을 조목조목 짚을 것"이라며 "변화가 있다면 거기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하는 민심이 확인됐음에도 잘못된 국정 기조를 반성하거나 전환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윤 대통령은 독선적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여당도 이런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압승을 계기로 당의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비명계 의원 사이에서도 공통적인 모습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향후 민주당이 취해야 할 자세 등에 대해 "더 낮고 빠르게 민심 곁에 있어야 한다"며 당의 통합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당을 분열시키려는 언사들, 외상값·고름 등의 얘기들이 당의 전면을 주도해나가는 방식이면 안 된다"며 "오만하면 죽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친이재명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한 비명계 의원들에게 '외상값 받겠다'는 등 갈라치기 하는 상황을 꼬집은 말이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약사발을 받은 것이다. 보약인지 독약인지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힘이고,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더 겸허하게 낮게 움직이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6개월 뒤에 어려운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잘해서 신뢰를 얻고 지지를 얻어서 이번에 대승을 거둔 건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엄중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얘기한 점은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여당과 야당이 있다면 (당에는) 당권을 쥐고 있는 쪽과 그렇지 않은 반대파가 있는 것이 현실 아니겠다"라며 "반대파와의 아주 긴밀한 소통, 진정한 원칙과 대의에 맞는 (소통), 불의·부조리를 척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노력을 반대파와 긴밀한 소통 속에 해야 하는 당위성은 민주당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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