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의 대선개입, 유죄

조지훈 2023. 10.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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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김명수 대법 특집④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 일부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조지훈]

지난 9월 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사법부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다하는 길은, 사법의 본질적 가치인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함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 보루의 역할을 합니다. 과연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결로써 그 책임을 다하였는지, '김명수 대법원'의 주요 판결을 통해 평가하고자 합니다.

총 6회에 걸쳐 〈김명수 대법원 특집 판결비평〉을 연재합니다. 사법농단, 노동, 군인권, 여성 등의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을 비평함으로써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대법원장의 교체 이후 새로운 대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네 번째 판결비평에서는 국정원이 대선 개입 목적으로 벌인 댓글 작성 등 사이버 활동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책임을 물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평합니다. 조지훈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 주심 김재형 대법관 2018.04.19. 선고 2017도14322

원세훈 국정원의 대선개입, 유죄
 
▲ 검찰 소환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법원이 유죄로 최종 판단한 피고인들(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범죄사실은, 피고인들이 재직기간 중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 소속 직원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찬양·지지 또는 야당이나 야권 성향의 정치인 등에 대한 비방·반대를 하는 의견을 유포하고, 제18대 대통령선거 등 각종 선거와 관련하여 야권 후보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했고,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의 형태로 하달된 지시에 따라 심리전단 소속 4개 사이버팀 70~80명의 직원들로 하여금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작성, 찬반클릭 행위, 트윗과 리트윗 활동을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들이 사이버팀 직원들과 순차 공모하여 정치활동에 관여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①'검사가 압수한 전자정보들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②'해당 계정들이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는 입증이 부족하다', ③'직무범위 내의 정당한 활동에 해당한다', ④'정치관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⑤'국정원 직원의 '직위'를 이용한 행위가 아니다', ⑥'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 ⑦'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일부 전자정보에 대한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국정원법위반·공직선거법위반 관련 주요 주장들은 모두 배척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는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형, 제3차장과 심리전단장에게는 각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2년 6월에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국정원의 지휘계통에 의해 이루어진 조직적인 범죄행위를 확인하다

이 사건 범죄행위는 원장 1인을 정점으로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가 존재하는 정보기관의 특성이 1차적으로 작용한다. 국정원장-3차장-심리전단-사이버팀(4개)-1개 팀당 4개 파트(1개 파트당 파트장 1명과 파트원 4명으로 구성)으로 이어지는 하행의 지시·명령 계통에 따라 범죄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원세훈은 국정원장 취임 이후 심리전단을 3차장 산하 독립부서로 편제하였고, 기존에 1개에 불과했던 사이버팀을 4개로 확대하였다. 여기에는 18대 대선이 있던 해인 2012년 2월경 트위터 활동만을 전담하는 사이버팀('안보5팀')을 증설한 것도 포함된다.

원세훈 원장의 '전부서장 회의' 등의 녹취록에는, 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지칭하고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방어하고, 야당에 대해서는 종북좌파 등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등의 노골적인 발언들이 담겨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활동의 기준과 내용이 되었다. 국정원에 대한 외부적 감시와 견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정보기관의 특성에 기인한 유사한 범죄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높고, 현재의 국정원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사이버활동,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9. 11. 선고 2013고합577, 2013고합1060(병합) 판결)은 심리전단 직원들이 수행한 사이버 활동이 제18대 대선 관련하여 특정 후보자에 대한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한 목적성·능동성·계획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면서 공직선거법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파기환송 전 원심(서울고등법원 2015. 2. 9. 선고 2014노2820 판결)과 파기환송 후 원심(서울고등법원 2017. 8. 30. 선고 2015노1998 판결*),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에서 이뤄진 최종 확정 판결은, 범죄 인정 범위에 있어 일부 차이는 있지만, 국정원 내부적으로 특정한 선거와 관련해 특정한 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을 위한 별도의 팀을 조직하거나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이 기존에 행하는 사이버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활동의 경우에도 그 활동의 내용 자체를 놓고 볼 때 선거운동을 위한 목적이 인정되는 이상 공직선거법의 규율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등을 근거로 유죄 판단을 했다.

선거기간 동안 국가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여론조작행위가 있었음에도 사이버팀 소속 국정원 직원들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활동이라는 점 등을 들어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제1심 판결과 이번 대상 판결의 소수의견(대법관 김창석, 조희대)은 지나치게 형식논리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참고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에 내려진 이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5도2625 판결)은 실체심리에 관한 법리적 판단은 없이 일부 전자정보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만이 다뤄졌다. - 글쓴이 주)

사이버활동은 국정원의 '적법한 직무행위' 아냐

원세훈 등 피고인들은 국정원법에 규정하고 있는 직무범위에 관한 조항이 예시적 성격이므로 피고인들의 사이버활동 또한 적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1심에서부터 이번 대상 판결까지 일관되게 해당 조항은 한정적 열거규정이라고 판단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 시기부터 국내정치 관여, 민간인 사찰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고, 이로 인해 국내정보에 관하여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율하는 한편, 이를 일탈한 위법한 직무 집행에 관하여는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어 왔다는 등의 이유가 제시됐다. 국가기관의 권한,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업무는 법률에 의하여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하고 정당한 판단이다.

의미있는 판결, 퇴색시킨 사면

제1심 판결문의 검사 중 한 사람이 현재 대통령이 됐는데, 그는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특별사면을 했다.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내려진 국정원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단죄의 의미가 퇴색된 측면이 있지만, 이번 대상 판결을 통해, 국정원이 원장 한 사람에 의해 얼마나 심각하게 여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양승태 대법원 시기였던 파기환송 전 원심 판결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형이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직원의 구체적인 직무행위에 관한 일응의 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

** ① 제1심의 양형은, 원세훈 징역2년6월 및 자격정지3년에 집행유예4년, 이종명·민병주 각 징역1년 및 자격정지1년에 집행유예2년이었고, ② 파기환송 전 원심의 양형은, 원세훈 징역3년 및 자격정지3년, 이종명 징역1년 및 자격정지1년에 집행유예 2년, 민병주 징역1년6월 및 자격정지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으며, ③ 이번 대상 판결로 확정된 파기환송 후 원심의 양형은, 원세훈 징역4년 및 자격정지4년, 이종명·민병주 각 징역2년6월 및 자격정지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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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와 인터넷언론 슬로우뉴스에도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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