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고래 '벨루가' 방류 또 미룬 롯데월드
[김나희 기자]
흰고래 벨루가는 원래 추운 북극해에서 살던 고래로, 한 번에 1000미터씩 잠수하고 1년에 6천 킬로미터까지 이동한다. 그런데 지금 8년 9개월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좁은 수족관에 있다. 그것도 친구, 가족이 어린 나이에 죽어나간 독방에 그대로 갇혀 있다. 자의식과 언어, 풍부한 감정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 고래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2016년 4월 2일 5살 벨루가(남) '벨로'가 패혈증으로 폐사했고, 2019년 10월 17일 12살(여) 벨루가 '벨리'가 역시 패혈증으로 폐사했다. 야생에서는 수명이 50년에 달하는데 수조에서는 어린 나이에 죽은 것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롯데 측은 2019년 10월 24일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를 방류하기로 공개 발표했다. 그런데 1년 뒤에도 방류하지 않자 동물해방물결,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들이 벨루가 방류 진행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2020년 7월 15일 롯데가 방류기술위원회를 구성하고 2021년에 '방류적응장'으로 벨라를 이송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다시 시민단체가 항의하자 2021년 11월 5일 '2022년 말까지 야생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관련기사: 웃지 못하는 고래... 롯데 벨루가 방류 약속, 언제 지킬까 https://omn.kr/20nov).
게다가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들이 2022년 12월 16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루가 수족관 앞에서 약 1분간 항의 퍼포먼스를 했는데 롯데는 "수족관 아크릴 외벽에 성분을 알 수 없는 강력 스프레이형 접착체를 도포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무려 7억 34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고래류 감금 현황 2013년에 수입한 벨루가(흰고래) 3개체 중 벨로는 2016년, 벨리는 2019년 폐사하였다. 롯데월드 측은 남은 벨라를 2021년까지 방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2023년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2026년 정도까지 방류하겠다고 하였으나 직접적인 방류 노력은 하고 있지 않다. |
ⓒ 핫핑크돌핀스 |
2023년 10월 12일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과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벨루가 방류와 관련하여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에게 질의하였다.
▲ 롯데의 벨루가 방류 약속은 4년에 걸쳐 3회 미이행되었다. 2019년 벨루가 방류 약속, 2020년 '2021년 방류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 발표, 2021년 '2022년 말까지 야생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 발표했으나 모두 미이행 상태다. |
ⓒ 윤미향 의원실 |
윤미향 의원이 방류가 늦어진 이유를 질의하며 정확한 방류 시기를 롯데가 특정하라고 요구하자,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2026년까지 방류하겠지만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또 벨루가 방류 퍼포먼스에서 청소년까지 포함한 시민들을 수억 원의 손해배상, 업무방해, 재물손괴로 고발한 데 대해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소송을 취하하라고 권유하자 고 관장은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회사와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핫핑크돌핀스는 "2019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방류 약속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둘러대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방금 열린 국회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증인신문에서 이번엔 2026년말까지 벨루가 방류를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미국에서 최근에 바다쉼터로 방류하겠다고 약속한 범고래 롤리타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핫핑크돌핀스는 롯데 측이 시간만 끌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벨루가 방류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 벨루가 해방을 위한 핫핑크돌핀스의 릴레이 1인 행동 4년간 미뤄진 롯데월드의 벨루가 방류 약속이 또다시 3년 이상 미뤄지게 된 상황에서 릴레이 1인 행동을 시작한 핫핑크돌핀스 |
ⓒ 핫핑크돌핀스 |
정리: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 흰고래 벨루가 방류에 대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에게 질의하는 윤미향 의원 |
ⓒ 대한민국국회 |
윤미향 의원 질의 : 두 번의 벨루가 폐사 이후 2019년 10월 롯데가 벨루가 방류 발표를 했는데 방류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류가 늦어진 이유는?
고정락 관장 답변 : 롯데가 세 번의 방류 시도를 했다. 첫번째는 생츄어리 안에 다른 개체가 있어서 안됐고, 두번째는 코로나 때문에 안됐고, 세번째는 생츄어리 개체의 건강상태가 안 좋아서 못했다. 해외사와 2026년까지 방류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해외사의 상황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윤미향 : 롯데 벨루가를 여수 아쿠아플라넷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 여수로 보낼 생각도 있나?
고정락 : 방류기술위원회를 통해서 자료를 얻는데 거기서 나온 다양한 의견 중 하나였다. 애초에 약속한 대로 해외 방류를 위해 준비중이다.
윤미향 : 벨루가를 해외로 이송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안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정락 : 전혀 아니다.
윤미향 : 시민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방류기술위원회 만든 것은 아닌가? 방류기술위원회 참여 단체를 보면 롯데 측에 우호적인 시민단체가 포함되어 있는데 우호적인 단체만 포함한 것인가?
고정락 : 나는 연구자로서 연구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어떤 단체를 위해서 방류기술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아니다.
윤미향 : 롯데가 수차례 방류 약속을 했으나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핫핑크돌핀스가 시위를 했는데 참가자 중에는 청소년도 포함되어 있다. 요즘 시민들 사이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는데 시민들을 수억 원의 재물손괴 업무방해로 고소한 것은 협박성 고소 아닌가?
고정락 : 핫핑크돌핀스가 총 25번의 시위를 했는데 이중 일부 불법도 있었다. 하지만 고소하지 않았다. 2022년 12월 시위한 것은 재물손괴로 고소한 것이다. 그리고 개인들에 대한 고소다. 또한 나중에 청소년들이 포함된 것을 알게 되었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청소년 시위자들에 대해서는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도 보냈다.
윤미향 : 청소년, 시민단체 활동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롯데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
고정락 : 명심하겠다.
윤미향 :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하겠다. 최근에 미국에서 방류 약속을 했던 범고래 롤리타가 바다쉼터로 가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도 5개 시설의 21마리 수족관 돌고래들을 모두 방류하거나 바다쉼터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승환 해수부장관 : 동의한다. 그렇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끝내기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방금 증인은 단체가 아니라 개인들에 대해서 고소를 했다고 하지만 그 개인들이 모두 시민단체 소속인가?
고정락: 그렇게 알고 있다.
소병훈 : 대기업이 시민단체 소속의 개인들에 대해서 고소를 하면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 롯데 측에서는 개인에 대해서 고소를 했다고 하지만 단체에 속한 개인들이기 때문에 이것은 단체에 대한 고소라고 봐야 한다. 고소에 대해 전향적으로 할 의향은 없는가?
고정락: 생각해보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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