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기현 대표가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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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뇌가 없다. 도대체 전략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가 진행되던 지난 11일 만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강서구의 결과라고만 볼 수 없는, 지금 상황이 21대 총선 때보다 국민의힘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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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뇌가 없다. 도대체 전략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가 진행되던 지난 11일 만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구청장을 뽑는 선거인데 당이 스스로 판을 키워 ‘정권 심판 선거’로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15%P 이상 차이로 지게 되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가 덧붙인 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래도 용산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말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 당과 대통령실의 역학 관계가 어떤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이제 “(대통령실의)그립감이 엄청나다”는 말은 정치적 유행어가 됐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사면복권을 받아 당 후보로 출마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는 정치권에 공공연하다. 사실 여부를 넘어 그런 식의 인식이 일반화됐다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존재감은 날로 약화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15%p 차로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강서구 전체의 득표율 격차 17.87%p와 판박이다. 서울 민심은 구별로 분리돼 움직이지 않는다. 연동돼 있다. 서울 자체가 하나의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강서구의 결과라고만 볼 수 없는, 지금 상황이 21대 총선 때보다 국민의힘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모두 나서 총력을 기울였는데도 결과는 참담했다.
지금 상태로 단순 계산한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 때 서울에서 8석 남짓 얻는다고 추측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은 8석, 더불어민주당은 41석을 얻었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미래통합당은 16석, 민주당은 103석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의힘 내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아니라 ‘수도권 폭망론’이 나올 법도 하다.
만약 내년에 21대 총선과 비슷한 결과를 국민의힘이 받아든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 아니 그보다 더한 굴욕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윤석열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선거가 내년 총선이다.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지역구 단위로 치러지는 총선은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다르다. 6개월은 짧은 기간이다. 국민의힘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런데 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는 “약세 지역인 수도권 등에서 국민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더욱 낮은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였다. 현 지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보여 온 모습을 보면 사실상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가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 보선 결과를 보면 ‘김기현 체제’의 변화 없이 마음을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김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지도부’다. 김기현 대표는 울산 남구을,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구 달서구을,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경남 진주시갑이 지역구다. 수도권의 엄중함을 체감할 수 있는, 수도권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이가 없다. 안일함의 극치이고, 전략 없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내려놓아야 들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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