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블루오션 떠오른 ‘탈모 치료제’… ‘부작용’만 잡으면 대박이라는데
탈모 치료제 시장이 쑥쑥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35억달러(약 4조68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리서치앤마켓은 2027년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62억달러(약 8조3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 활동이 잦은 20~30대 젊은 탈모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들의 탈모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탈모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탈모 시장 잠재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사회 활동’ 잦은 젊은 층도 탈모 호소
과거에는 탈모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잘못된 식생활과 과도한 다이어트 등 생활 습관도 탈모 유발 요인이다. ‘외모’를 위한 급격한 체중 감량과 사회 활동에서 생겨나는 각종 ‘스트레스’도 두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에 탈모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병원 진료를 받은 국내 탈모 환자는 24만3609명을 기록했다. 2016년(21만2141명)과 비교하면 약 15% 늘었다. 병원을 방문 안 한 탈모 인구도 상당수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국내 탈모 인구가 대다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약 1000만명 정도가 탈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추산한다. 전체 인구 5명 중 1명꼴로 탈모에 시달리는 셈이다.
특히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은 젊은 탈모 인구 급증이다. 과거에는 40대와 50대에서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20대와 30대, 심하게는 10대의 탈모 고민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탈모로 인해 병원을 찾은 인구는 30대(22.6%), 40대(21.7%), 20대(20%), 50대(16.5%)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도 30대 이하 탈모 환자가 전체 40%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탈모 인구 증가가 탈모 치료제 시장 확대와 관련 있다고 본다. 젊은 층일수록 사회적 활동이 잦고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만큼, 탈모를 빨리 해결해야 할 ‘질병’으로 판단해 치료제 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도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 다양한 리포트에서 “20대와 30대 등 젊은 탈모 인구가 늘어날수록 탈모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로 시선을 돌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전 세계 탈모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주목하는 곳은 중국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만큼, 잠재 탈모 치료제 소비자도 가장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2021년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중국 탈모 산업의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 탈모 인구는 2억5000만명에 달한다. 또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와 알리헬스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탈모 인구는 2026년 3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탈모를 대하는 중국인의 태도 변화다. 전문가들은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탈모를 ‘건강 문제’로 보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련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인이 가장 걱정하는 건강 문제 7위에 탈모가 올랐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탈모 레이저 같은 의료 관광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좀 더 효과가 확실한 치료제를 찾는 중국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꽉 잡은 MSD·GSK
철옹성에도 ‘부작용’ 빈틈 있다
현재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건 ‘프로페시아(MSD)’와 ‘아보다트(GSK)’다. 오리지널과 이들의 제네릭(복제약)이 탈모 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형국이다. 프로페시아의 피나스테리드 성분과 아보다트의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모두 탈모의 원인인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한다. 5알파 환원효소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물질로 바꾸는데, DHT가 탈모 유전자와 결합하면 탈모가 발현된다. 5알파 환원효소를 없애 DHT 생성을 막는 방식이다.
철옹성처럼 보이지만 빈틈은 있다. ‘지속성’과 ‘부작용’이다. 약을 복용한 뒤 효과가 나타났더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12개월 이내에 다시 머리가 빠지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다양한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프로페시아는 극단적 선택 부작용도 보고됐다. 유럽과 캐나다 보건당국이 관련 내용을 경고 문구로 넣을 정도다. 아보다트도 두통, 위장관 불쾌감과 통증, 발기 기능 장애, 성욕 감소, 성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많은 탈모 환자들이 복용을 꺼리는 이유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태아의 생식기 기형 우려가 있어 복용은 물론 접촉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쟁 제약사들은 이 같은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한 화이자의 원형 탈모증 치료제 ‘리트풀로’가 대표적이다.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계열 약물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와 다른 기전이다. JAK 억제제는 면역·염증을 조절하는 효소인 JAK의 작용을 차단하고 염증을 줄여 그동안 류머티즘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 치료에 쓰였다. 원형 탈모는 일반 탈모와 달리 면역 체계가 모낭을 공격해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인데, 이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임상으로 드러난 부작용은 설사, 여드름, 두드러기, 발진, 현기증 정도다. 리트풀로는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발매 승인도 받았다. 화이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리트풀로의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국내 제약사 상황은
새 기전 vs 기존 성분 개선
국내 제약사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개발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새로운 기전을 발굴, 신약을 개발하는 형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기존 성분의 부작용을 완벽히 해소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JW중외제약이 대표적이다. JW중외제약이 개발 중인 JW0061은 모낭을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인 JW0061은 배아 발생 과정에서 피부 발달과 모낭 형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유도한다. JW중외제약은 내년에 임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독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임상용 약물 생산과 경피용(도장형) 제제 최적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정부도 JW중외제약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JW중외제약 JW0061을 ‘1차 국가신약개발 지원 과제’로 선정했다. KDDF는 앞으로 2년 동안 JW중외제약의 탈모 치료제 비임상시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JW0061은 남성호르몬과 무관한 신규 표적인 GFRA1을 활성화해 남녀 탈모 환자 모두에게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 지원으로 JW0061의 비임상을 빠르게 완료하고 기존 탈모 치료제를 보완·대체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각각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 중이다. 세 달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성분의 약점인 ‘지속성’을 개선했다. 대웅제약은 인벤티지랩·위더스제약과 함께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01’을 만들고 있다. 위더스제약은 제품 생산을,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 생산 지원 업무를, 대웅제약은 임상 3상·허가·판매를 맡는 구조다. 지난해 호주에서 임상 1·2상을 마쳤고 현재 3상을 준비 중이다. 3상을 완료하는 대로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탈모 치료제 ‘CKD843’은 두타스테리드 성분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치료제보다 약물의 효능을 오래 지속해 편의성을 높이려고 한다.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CKD843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올해 초 환자 모집(40명)을 마쳤고, 올해 12월까지 투여 후 안전성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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