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동 걸었지만…새 주인 찾는 롯데손보, 몸값 논란 잠재울까
롯데손해보험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사모펀드 품에 안긴 지 4년 만이다. 새 주인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를 보유한 금융지주가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는 몸값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여러 지표를 적용해 계산해도 3조원의 몸값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각자와 원매자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롯데손해보험 M&A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기보장성보험 비중 53% → 85%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9년 약 3734억원을 들여 롯데손해보험 지분 53%를 인수한 지 4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 JKL파트너스는 같은 해 10월 약 356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77%까지 늘렸다.
이후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 체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특히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보험회계기준 IFRS17이 적용되면서 CSM 상각액이 손익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해 인수 직후부터 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한 전략이다.
이제 체질 개선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1조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4년 전 연간 수치(1조2843억원)를 올해 6개월 만에 달성할 정도로 성장한 것. 회사의 전체 원수보험료 내 장기보장성보험 비중도 인수 첫해 53%에서 올해 상반기 85%까지 확대됐다.
롯데손해보험의 2분기 보험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1분기 대비 19% 증가했는데, 특히 2분기에 85억원 규모 장기보장성보험 신규월납을 확보해 총 1099억원의 신계약 CSM을 달성했다. 이에 따른 상반기 말 기준 CSM은 1조9634억원으로, 연초 1조8005억원에 비해 1629억원 증가했다.
그 외 실적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상반기 전사 손해율은 82%로 전년 동기 대비 3.6%포인트 개선됐다. 장기보험 손해율 역시 8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포인트 줄었다. 별도 기준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15배 오른 1525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말 순자산은 1조4511억원으로 연초(1조3550억원) 대비 7.1% 늘어 재무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2019년 1200명 정도였던 회사 전속 설계사 수가 지난 8월 말에는 2900명까지 증가했다”며 “전속 설계사를 확보해야 조금 더 미래 가치가 있는 계약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꾸준히 전속 설계사를 늘린 결과”라고 말했다.
적정 몸값 1.2~1.6조 평가도
4년간의 체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적잖다. 부정적인 전망의 가장 큰 배경은 최대 3조원에 달하는 높은 매각가다. 어떤 지표로 추정해도 3조원의 기업가치는 과대평가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데다, 새롭게 적용되는 지침에 따라 근본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계약 가치를 판단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롯데손해보험이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실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 첫해인 2019년과 2020년에는 적자를 기록한 후 2021년에는 순이익 1672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의 위치도 녹록지 않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약 2.5%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한화손해보험(6.6%), 농협손해보험(4.5%), 흥국손해보험(3.5%) 등보다 낮은 수치다.
지속적인 체질 개선으로 CSM도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상위권 손해보험사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SK증권에 따르면 미래 예상 현금 유입액의 현가 대비 신계약 CSM 비율은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1분기 15%, 2분기 14%로 집계됐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이 비율은 1분기와 2분기 모두 20%를 넘겼으며,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도 1·2분기 모두 2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신계약 CSM의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롯데손해보험 비율은 중위권 손해보험사 평균 정도 수준이다.
보험사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롯데손해보험 매각가를 계산해도 3조원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 기업가치를 단순 계산할 때는 주로 기업가치(P)를 순자산가치(BV)와 CSM의 합으로 나누는 방식을 활용한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손해보험 순자산가치(1조4511억원)에 CSM(1조9634억원)을 합산할 경우 3조4145억원으로 계산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 3조원을 기업가치에 대입하면 매각 시 0.88배 배수를 적용받는 셈이다. 삼성화재(0.47배), DB손해보험(0.31배), 현대해상(0.17배), 한화손해보험(0.07배) 등 경쟁사와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기준 경영권 프리미엄이 약 67~138%가 적용돼야 롯데손해보험이 3조원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반적으로 M&A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가량 인정받는다.
계약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비교해도 롯데손해보험은 2.07배에 달한다. 이 역시 삼성화재(0.88배), DB손해보험(0.77배), 현대해상(0.37배), 한화손해보험(0.15배)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롯데손해보험 자산이나 이익 규모를 고려해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중위권 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둘 경우 배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더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돼야 3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1조원 중반대 가격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거론되는 롯데손해보험 매각가 3조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높다”며 “계약 보유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상장 손해보험사와 기업가치를 단순 비교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50~85% 적용하면 대략적인 매각가는 약 1조2000억~2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잘라 말했다.
3분기부터 반영될 CSM 산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보유한 계약 가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매자가 롯데손해보험이 보유한 계약의 근본적인 가치를 확인한 뒤 인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새로운 CSM 산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의 보유 계약 가치를 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는 신한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 등이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특히 신한금융은 KB금융과 ‘리딩금융’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KB금융에 다소 밀리던 손해보험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를 보유한 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인수 후 손해보험 부문을 키워서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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