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장관님 그건 아니지요, 녹조를 막은 건 비입니다
[정수근 기자]
▲ 지난 6울 17일 낙동강달성군 구지 쪽의 녹조. 6월 중순에 벌써 이렇게 극심한 녹조가 발생했다. |
ⓒ 대구환 |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 감사장.
국감장에 나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녹조 발생 상황을 묻자 "작년에 비해 조류 경보 발령 일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조류 경계 경보 발령 일수는 4분의 1 수준인 28%로 줄어들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 장관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올해는 특히 녹조 발생이 많았던 낙동강 주변에 방치된 야적 퇴비를 치우는 오염원 관리를 강화했다. 또 하나는 보와 댐과 하굿둑을 연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집중호우 등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환경부는 취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올해까지 수립할 계획에 있다. 지류와 지천을 정비하는 부분이라든지 댐 건설, 또 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이러한 부분들을 포함해 대책을 지금 수립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해 더더욱 댐과 준설이 필요하다. 지금 기본 구상과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준설을 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또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한 장관의 거침없는 대답은 사실을 왜곡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에 낙동강 현장에서 강의 변화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무엇이 사실인지 밝혀보고자 한다.
▲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한 낙동강에서 모터보트를 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올핸 예년에 비해 녹조가 줄어든 것은 맞다. 그러나 한 장관이 말하는 것처럼 정부가 녹조를 막기 위한 조처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현상 때문으로 녹조를 잠재운 것은 바로 비였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태풍 카눈으로 인한 집중호우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기간이 길었다. 많은 양의 물과 유속 그리고 흙탕물로 인해 녹조가 발생할 기본 여건(높은 수온과 풍부한 인과 질소, 느린 유속)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의 대응 조처가 효과를 발휘해 녹조가 줄어든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그것도 국감장에서.
▲ 올해 6월 중순에 벌써 '녹조 곤죽' 상태인 낙동강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인 5월 말부터 녹조 띠가 목격되더니 6월 중순에는 녹조가 가장 번성할 때인 예년 8월 정도 수준의 녹조가 이미 발생했다. 곤죽 상태의 심각한 녹조가 6월 중순에 이미 창궐해 당시로서는 올해 역대급 녹조 현상이 나타날 것을 염려할 정도였다. 남조류 세포 수 126만 셀을 기록한 2018년 합천창녕보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조류 대발생 사태가 터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들 정도였다.
▲ 경부 북부인 영주 지역의 지난 6월 말부터 8월까지의 강수량 분석. 비가 이렇게 자주 많이 내렸다. 이 때문에 낙동강에 녹조가 사라진 것이다. |
ⓒ 기상청 |
6월말부터 이어진 지루한 장마 그리고 이어서 도래한 태풍 때문에 녹조가 번성할 조건 자체가 안 되었다.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자연성 회복이 정답
이날 한 장관은 엉터리 답변에 한술 더 떠 신규 댐 건설과 지천의 준설까지 언급하며 제2의 4대강 사업을 벌이겠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폈다. 아전인수요, 견강부회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한 장관의 답변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비판하며 경북 영주댐에서 이틀 전에 떠온 녹조가 가득 든 투명한 유리병을 손에 든 채 "영주댐은 정부가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만든 댐 아니냐. 이 가을에 녹조가 엄청나다. 낙동강에 녹조가 많이 사라진 줄 알았더니 영주댐의 녹조가 이렇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게 수돗물이 되고 인근 주민에게 공기 중에 부유하는 녹조 에어로졸로 흡입된다"라며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댐 외 불필요한 구조물을 철거하고 자연성 회복이라는 하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영주댐에서 떠온 녹조를 들고 한화진 장관에게 질의하는 이수진 의원 |
ⓒ 이수진 의원실 |
▲ 10월 9일 영주댐의 녹조. 필자는 이 물을 떠서 이수진 의원실에 제공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 의원은 "4대강이 우리 국민 식수원이기 때문에 본류에서 사고가 나면 대체 수원(水源)이 없다"라면서 한 장관이 오전에 대규모 댐 건설과 하천 준설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제2의 4대강 토목공사판 이것을 다시 벌이겠다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4대강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닌가 한숨이 났다"라고 질타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영주댐은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태풍까지 닥쳐 역대급 폭우가 내렸는데도 가을로 접어든 10월까지도 심각한 녹조 상태에 놓여 있다.
녹조가 걱정인 것은 녹조가 독이기 때문이다. 녹조가 발생한 물로 농사지으면 농작물에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심지어 녹조가 번성한 곳에서는 녹조 독이 주변에 에어로졸로 날려 공기 중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된다.
한 장관은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를 해결할 특단의 조처를 발표해야 했다. 그 특단의 조처는 이수진 의원이 말한 것처럼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다. 불필요한 구조물로 강이 막혀 흐르지 않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녹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다.
▲ 이 가을 영주댐은 아직도 여전한 녹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환경부는 문화재이전복원단지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지난 8월 영주댐 사업 준공을 승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조처를 했다.
한 장관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진실을 모르지 않을 학자 출신 장관의 아전인수가 심각하다. 대통령의 심기를 맞추려는 듯 그렇게 곡학아세를 일삼을 바에는 그 자리에서 내려는오는 것이 학자적 양심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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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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