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中, 결국 손에 피 묻혔다…8월부터 강제북송"

장희준 2023. 10.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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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 대규모 북송說 신뢰 판단
"中, 이미 8월부터 탈북민 수십명씩 북송"
예견했다더니, 통일부 "사실관계 확인 중"
태영호 "정부 머뭇거리는 사이 처형 우려"

세계 각지에서 인권침해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중국 정부의 대규모 탈북민 강제북송 사태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가치 외교'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대규모 북송 의혹'을 신빙성 있는 정보로 판단한다는 입장과 이미 지난 8월부터 북송 작업이 시작됐다는 정보까지 제시됐다.

리나 윤 휴먼라이츠워치 선임연구원은 13일 아시아경제의 논평 요청에 "중국 정부가 탈북민을 대거 북송했다는 소식을 신빙성 있는 정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는 선교단체를 인용, 중국 정부가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지난 9일 밤 접경지역 세관을 통해 500여명의 탈북민을 북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측은 자체적인 정보망 등을 활용해 대규모 북송 정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베이징의 한국 영사관 밖에서 중국 공안에 끌려가는 여성의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미 8월부터 북송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봤다. 북한이 국경 봉쇄를 해제한 시점이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올해 8월29일에 80명, 9월18일에 40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을 강제송환 한 사실을 별도로 확인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의 국경이 봉쇄됐던) 2021년 7월에도 50명에 가까운 인원이 북송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일간에선 이번 북송 규모를 최대 600명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랴오닝성 단둥부터 지린성 훈춘·도문·남평·장백까지 5곳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기간 불법체류자로 체포·수감돼 있던 탈북민 600명이 트럭에 실려 대거 북송됐다"고 전했다. 임산부를 비롯한 여성과 아동, 심지어는 신생아까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최근 벌어진 중국 정부의 탈북민 송환을 규탄하고 향후 강제북송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도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이 손에 피를 묻혔다"며 "북송된 탈북민을 심문하고 고문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처형할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우려했다.

예상했다면서…아직도 "확인 중"이라는 통일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까지 나서 정보의 신빙성을 판단하고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입장을 내놨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책에 "아시안게임 직후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하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비극을 예견하고도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통일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별다른 우려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도 이렇다 할 동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보 관계자는 "탈북민 단체나 선교 활동가 측에서 공개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 중이며 현재로선 공식적인 확인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비정부기구(NGO) 안팎에선 정부의 취약한 정보 수준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탈북민 구출에 관여해온 소식통은 "현 정부는 대북 정보망이 완전히 무너진 수준"이라며 "정말 몰라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북송 전 통화 내역부터 사진, 문자까지 충분한 증거들이 있는데 정부가 NGO에 적극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조용한 외교'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머뭇거리는 사이 헌법상 우리 국민에 해당하는 탈북민은 처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도 "정부의 공식 성명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이런 문제를 아젠다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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