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스토리]유죄 확증편향, 무죄 확증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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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받으러 와서 진실만 얘기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마치 유죄가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얘기했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말이다.
하지만 왜 유죄인 것처럼 얘기했는지, 한 장관 발언의 표현이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라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한 장관이 "피의자가 유죄라는 확신은 없지만 의심이 가니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얘기했어야 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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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영장 기각을 무죄 선고로 착각
조국·김경수·안희정 영장기각 후 유죄받아
“조사 받으러 와서 진실만 얘기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검사나 수사관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다.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을 감추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처벌을 피하고 싶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 헌법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형법이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허위 법정진술과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든 검사든 수사기관은 늘 수사 대상자를 의심한다. 유죄라는 신념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유죄 확증편향’이라는 표현이 이슈가 됐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마치 유죄가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얘기했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말이다.
구속 위기에 몰린 당 대표의 범죄 혐의를 한 장관이 너무 상세하게, 길게 얘기한 게 불만이었다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유죄인 것처럼 얘기했는지, 한 장관 발언의 표현이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라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 자리는 한 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소명하는 자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한 장관이 “피의자가 유죄라는 확신은 없지만 의심이 가니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얘기했어야 한다는 것인가.
법원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마치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고, 민주당 내 체포동의안 가결파 의원들에게는 ‘참회와 속죄’를 요구하며 색출해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분명한 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따지는 영장심사와 유무죄를 판단하는 본안 재판은 판단기준이 전혀 다른 절차라는 사실이다. 입법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행 형사소송법은 ‘범죄의 중대성’을 구속사유로 규정하지 않았다. 구속사유인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를 판단할 때 참고할 사항으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아무리 받고 있는 혐의가 중하고, 혐의가 소명됐더라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면 얼마든지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대표의 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이 된 것으로 보이고,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공사가 사업에서 배제되는데 이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는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당장 구속은 면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마치 모든 혐의를 벗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쯤 되면 “죄가 없다는 확증편향을 갖고 계신 것 아니냐”는 한 장관의 지적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댓글 조작 혐의를 부인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성범죄를 부인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재판에서 직권남용 혐의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나 민주당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니 무죄’라는 황당한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영장 기각에 환호하며 징계나 탄핵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3개월 만에 뒤집고 단식까지 벌여가며 부결을 호소했는데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유를 겸허하게 되짚어볼 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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