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전 확전 차단 위해 이란 압박…원유대금 60억불 '재동결'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으로 한반도 안보 환경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동 위기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충분히 크고 강한 국가이며 어디에서나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을 돌봐야 할 글로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여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신(新)중동전이 전개되며 미국이 ‘두 개의 전선’을 맞닥뜨린 상황이지만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동맹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가 북한 제작 로켓을 소지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해당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하마스 공격으로 숨진 미국인 숫자는 27명으로 늘었으며 14명의 소재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항상 이스라엘 옆에 있을 것”
미국은 하마스와 이 정파를 오랫동안 지원해 온 이란을 고립ㆍ포위하기 위한 조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과의 수감자 교환 협상 때 동결을 해제한 이란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재동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하원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이란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그 돈은 한동안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한 대가로 받은 돈으로 미국의 제재 조치에 한국에 묶여 있다 지난달 미국이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을 넘겨받으며 동결을 해제했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카타르 은행으로 이체돼 인도주의 용도로만 쓰도록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내 일각에서도 미 정부의 대(對)이란 유화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며 60억 달러의 재동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다시 동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해당 계좌에서 단 1달러도 지출되지 않았으며 우리는 이 계좌를 동결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WP에 보낸 성명을 통해 해당 자금에 대해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의 필수품 구매에 사용하도록 지정된 돈으로 이란 국민의 정당한 소유”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방문 이틀째인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자국 방어 권리와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조부가 러시아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도망친 일과 양아버지가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라고 언급하며 “나는 미 국무장관뿐 아니라 유대인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로 여러분 앞에 섰다.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옆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이란 고립’ 위한 중동 외교전 박차
블링컨 국무장관은 하마스와 그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지목되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중동 외교전도 활발하게 폈다.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요르단에 가서 압둘라 국왕을 만나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것”이라며 “이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을 방문하고 각국 지도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장 정파 하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 노선을 추구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는 것은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주민ㆍ자치정부와 분리 대응해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 모든 활동을 통해 각국이 분쟁 확산을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인질들의 즉각 석방을 위해 각국이 가진 지렛대를 사용하길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국가 순방은 전통적 맹방인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에 대한 반격의 정당성을 대변하고 하마스와 이란에 대한 고립ㆍ포위 외교를 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블링컨 “전쟁법 준수…민간인 목표돼선 안돼”
다만 블링컨 장관은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국제법ㆍ전쟁법 준수’와 함께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가능한 한 국제법, 인도주의법, 전쟁법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민간인들이 군사 작전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안전이 확보돼야 함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블링컨 장관에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작전 계획 및 군사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오스틴 장관이 13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과 목표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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